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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촛불집회를 주최해 온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7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연인원 5만명(주최측 추산)의 시민이 모인 가운데 ‘23차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를 열었다. 지난해 10월 29일 시작된 이후 헌정 사상 첫 현직 대통령 파면을 이끌어 낸 촛불 집회가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자리였다.
퇴진행동은 이날 촛불집회를 ‘광장의 경고! 촛불 민심을 들어라’고 명명했다. ‘촛불 혁명’으로 앞당겨진 대선임에도 새로운 대한민국을 바라는 촛불 시민의 요구가 대선 정국에서 사그라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종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직무대행은 “1700만 촛불 혁명이 만든 조기 대선인데 촛불 민심은 사라지고 권력 다툼만 계속된다”고 꼬집었다.
퇴진행동은 ‘선거연령을 만 18세로 낮추라’ ‘근로자가 선거 당일 마음 놓고 투표할 수 있도록 해달라’ 등 대선 후보들에게 시민들의 바람을 전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일반시민을 대표해 맨 먼저 무대 위에 오른 우지수 이화여대 총학생회장은 “대통령 한 명을 바꾸려고 거리로 나온 게 아니었다”며 “대선 후보들은 청년들이 바라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청년 근로자 선거권 보장 △청년부 신설 △차별금지법 제정 등과 같은 공약들을 반드시 실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현모(인천 효성고3)군은 “어른들이 청소년을 온전히 대변할 수 없다”며 “다음 지방선거 땐 반드시 만 18세도 참정권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대선 후보들을 비판하는 발언도 잇따랐다. 다만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와 퇴진행동 측이 거듭 자제를 강조한 만큼 공직 선거법 위반을 염두에 두고 후보 실명을 거론하는 것은 피했다. 최진미 전국여성연대 상임대표는 “혈기왕성한 때에는 강간 모의를 해도 봐줄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성폭력에 대한 저열한 인식을 드러낸 것”이라며 “여성의 인권조차 인정하지 않는 후보에게 무엇을 더 기대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남웅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활동가는 “가족들이 토론회를 보면서 동성애를 욕하는 모습을 볼 땐 존재 자체가 뿌리째 흔들리는 느낌이었다”고 토로한 뒤 “많은 성소수자들은 지지하는 후보가 자신들을 부정하는 이야기를 듣고 혼란과 고통을 호소한다”고 전했다.
고(故) 이한빛 PD의 어머니 김혜영씨는 마이크를 잡고 CJ E&M에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했다.
김씨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 특히 성실히 살아가는 청년들이 행복하고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일터가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간청했다. tvN 드라마 ‘혼술남녀’ 조연출로 입사 9개월 차였던 고인은 드라마 종영 이튿날인 지난해 10월 26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퇴진행동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강행한 한미 당국을 규탄하고 한반도 평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 27일부터 사드 배치 철회 촉구를 위한 무기한 단식 중인 강해윤 원불교성주성지수호비상대책위원회 교무는 “끊임없이 말을 바꾸며 기어이 사드 장비를 반입해야만 하는 속셈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말로 다 밝혀졌다”고 지적했다.
퇴진행동은 본 행사를 마무리하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국무총리) 관저 방면 행진을 진행했다.
본 행사에 앞서 서울 도심에서는 다양한 사전행사가 열렸다.
‘최저임금 1만원·비정규직 철폐 공동행동 추진위원회’는 이날 오후 2시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즉각 인상하라고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촛불시민혁명 대헌장 제정 범국민협의회’ 등 9개 시민단체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후보들에게 “국민투표·국민발안·국민소환 등 직접 민주주의 3권을 공약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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