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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일 한전 사장 “원전 비중, 국민 공감대 생기면 확대 가능”

임애신 기자I 2021.11.11 10:00:00

기자간담회, '모 아니면 도' 원전 주장 경계
"내년 1월 전기요금 인상 여부 결정 아직 일러"
"연료비 연동 폭 제한적…현실 맞게 보완 필요"
"기후환경요금 때문에 전기료 인상한 것 아냐"

정승일 한국전력 사장은 지난 10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1 빛가람국제전력기술엑스포(BIXPO)’ 개막식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전의 탄소중립 비전과 계획, 전기요금 현실화 등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사진=한전)
[광주=이데일리 임애신 기자] 정승일 한국전력(015760) 사장이 우리나라가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방안을 지나치게 좁게 보고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각 나라의 환경과 상황에 맞게 에너지 믹스를 해야지 현재 우리나라처럼 원전에 국한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다만, 국민의 요구가 클 경우 원전 비중을 계획보다 확대하는 방향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정승일 사장은 지난 10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1 빛가람국제전력기술엑스포(BIXPO)’ 개막식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전의 탄소중립 비전과 계획, 전기요금 현실화 등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원전 말고도 옵션 다양…국민 목소리 중요”

정 사장은 “(이번 행사에 참여한) 안젤라 윌킨슨 세계에너지협의회 사무총장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다양한데 에너지와 관련된 논의가 지나치게 양극화되고 있다고 말했다”며 “국가와 상황, 지역 등에 맞게 선택해야 한다는 말에 충분히 공감했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면서 “국내에서도 특정 전원에 지나치게 비판적이고 또 지나치게 우호적인 논의가 형성되는 것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정 사장이 말한 ‘특정 전원’은 원전을 의미한다. 에너지 믹스 방안이 다양한데도 원전에 미래 에너지가 달린 것 같은 현재 상황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프랑스와 영국이 탄소중립의 핵심 대책으로 원전을 늘리고, 중국이 향후 15년 동안 150기의 원전을 건설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원전 없이 탄소중립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고 그가 원전 반대론자는 아니다. 정 사장은 “2030년 원전 비중이 24%로 설정돼 있는데 저희는 이 비중이 적정하다고 본다”면서도 “국민 다수가 이보다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라면 그때 다시 생각해볼 문제”라고 여지를 남겼다.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정책은 지속하기 어려워서다.

◇“전환 과정에서의 전력 불안정, 풀어야 할 과제“

정 사장은 “어떤 사람은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이 늘면 전력이 불안정해질 것이라고 지적한다”며 “이는 문제가 아니라 풀어야 할 과제”라고 정의했다. 탄소중립을 이행하기에 우리에게 주어진 조건이 좋지만은 않다. 현재 한국에는 24개의 원전과 59개의 석탄발전소, 93개의 가스복합발전소가 가동되고 있다.

신월성1·2호기 전경 (사진=한국수력원자력)
그는 “과제를 먼저 해결하는 나라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국가 간 레이스에서 승리하게 될 것”이라며 “한계를 극복하는 기술을 가장 빠른 시일 내에 개발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안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NDC를 상향하지 않아도 지금 있는 발전기가 내용연수안된 것을 가동하면 약 24%의 발전량 비중일 것으로 안다”며 “신재생에너지를 30%까지 늘리고 수소 암모니아를 이제 3.6% 비중을 가져가는 안인데 어렵지만 충분히 도전해보만한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한전은 2027년까지 20% 암모니아 혼소를 실증하고, 2028년까지 50% 수소 혼소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하지만 수소 완성도가 떨어지고 실제 적용된 사례가 없어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정 사장은 이에 동의하면서도 “많은 나라가 수소와 암모니아 혼소·전소에 대한 기술 개발 노력을 하고 있다”며 “기술 완성도가 높게 개발되면 기존의 석탄발전소와 가스화력발전소 설비를 상당 부분 그대로 사용하고, 연결된 송·변전과 배전설비도 이용할 수 있어 경제적인 방법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수소와 암모니아를 안정적으로 경제적인 가격에 조달하는 것이 관건”이라면서도 “최초의 시장이 열리는 단계의 상황으로, 우리를 비롯한 전 세계가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므로 이 문제를 같이 풀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 1분기 전기요금 인상 결정 ‘아직’

올해 4분기 전기요금이 8년여 만에 인상된 가운데 내년 1분기 요금 인상 여부에 대해선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서울 마포구 주택가에 설치된 전기 계량기. (사진=연합뉴스)
정 사장은 “아직 11월이라서 조정 요인이 얼마인지 산정하지 않은 상태”라며 “충분히 고려해서 협의할 부분이 있으면 하겠다”고 말했다.

공공요금은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원가와 적정 보수를 보상하는 수준으로 정부가 정한다. 그는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충분히 얻을 수 있도록 자구 노력과 긴축 경영 등을 최대한 강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향후 전기요금 현실화도 시사했다. 정 사장은 “연료비 연동제 도입 초기에 전기요금의 민감성을 고려해서 연료비가 전기요금에 서서히 반영되도록 한 후 현실에 맞게 보완해야 한다”며 “시행 첫해라서 연료비 연동제에 모두 만족할 수는 없으나 시작했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기후환경요금 때문에 전기요금이 올랐다는 지적에 대해선 “전기요금이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이행 요금, 배출권 비용, 석탄 감축에 따른 보상 비용이므로 RPS가 높아질수록 이행 비용이 오르고 전체 비용이 오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민의 오해를 불식하는 게 첫 번째”라며 “기후환경요금은 전에 없던 요금을 갑자기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원래 전기요금에 포함돼 있었던 것을 올해부터 분리해서 고지한 것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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