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상남자' SUV인 줄 알았더니…이렇게 섬세해도 돼? [타봤어요]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이배운 기자I 2026.08.13 05:00:05

Google 검색에서 이데일리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4년만 돌아온 KGM 뉴 토레스…반전매력 살펴보니
단단한 외관·담백한 실내…손끝까지 세심한 조작계
매끈한 가속에 차분한 승차감…정숙성도 기대 이상
240km 달려도 피로감 '0'…장거리도 편안한 주행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노동당사로 가자!”

“경로를 재탐색합니다.”

KGM 뉴 토레스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KGM 뉴 토레스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처음부터 철원까지 갈 생각은 없었다. 서울 금천구에서 파주 출판도시까지, 차의 성격만 가볍게 살펴보고 얌전히 돌아올 요량이었다. 그런데 자유로에 접어들 즈음 ‘조금만 더 달려보고 싶은데?’ 하는 욕심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다. 결국 내비게이션을 열어 목적지를 강원 철원 노동당사로 바꿨다.

서울 도심을 빠져나와 자동차전용도로, 고속화도로, 지방도로를 오가며 약 4시간 동안 총 240km를 달렸다. 짧지 않은 여정이었는데도 차에서 내릴 때 몸은 가뿐했다. 교외로 소풍이라도 다녀온 듯 기분이 드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번에 함께 달려본 차는 KGM의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뉴 토레스’다. 2022년 첫선을 보인 토레스를 약 4년 만에 새롭게 다듬은 부분변경 모델로, 특유의 디자인 정체성은 그대로 살리면서 주행 성능과 편의사양을 두루 손봤다.

KGM 뉴 토레스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KGM 뉴 토레스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뉴 토레스의 첫인상은 누가 봐도 ‘상남자’다. 반듯하게 각을 세운 차체와 큼직한 라디에이터 그릴, 곳곳에 덧댄 스키드 플레이트가 제법 우락부락한 인상을 풍긴다. 요즘 신차들은 하나같이 둥글둥글하고 매끈한 자태를 뽐내는 와중에 토레스는 “나는 정통 SUV다”라고 온몸으로 주장하는 듯하다.

토레스는 첫 출시 당시부터 강인하고 단단한 디자인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번 부분변경에서도 이미 잘 만들어놓은 얼굴을 굳이 뜯어고치기보다는 기존 매력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필요한 부분만 알뜰하게 손봤다.

생김새만 보면 뉴 토레스는 빤빤한 포장도로보다 흙먼지 풀풀 날리는 비포장길이 더 잘 어울릴 법하다. 그런데 막상 운전대를 잡으면 딱딱 단단했던 첫인상이 슬슬 뒤집히기 시작한다. 움직임은 의외로 차분하고 운전자를 대하는 태도 역시 부드럽고 심세하다.

KGM 뉴 토레스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KGM 뉴 토레스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차체 크기는 중형 SUV답게 넉넉하다. 기본 적재공간은 703ℓ, 2열을 접으면 최대 1662ℓ까지 펼쳐진다. 가족여행 짐이며 캠핑 장비며 이것저것 욕심껏 챙겨 넣어도 ‘하나쯤 두고 가야 하나’ 고민할 일은 좀처럼 없을 듯하다.

뉴 토레스의 변화는 겉모습보다 운전자의 손 닿는 곳에서 더 명확하게 느껴진다. 요즘 자동차들은 버튼식·다이얼식 변속 조작계를 앞다퉈 넣으면서 운전자의 오른손을 영 심심하게 만들지만 뉴 토레스는 익숙한 레버식 기어노브를 채택했다. 손으로 움켜쥐고 ‘턱턱’ 조작하는 손맛이 아직 살아 있다.

공조 장치도 반갑다. 요즘 차들처럼 주요 기능 조작계를 디지털 화면 속에 몰아내지 않고 큼직한 다이얼을 중심으로 조작계를 꾸렸다. 주변에는 터치 버튼을 적절히 배치해 편의성도 챙겼다. 덕분에 주행 중 에어컨 온도 하나 바꾸겠다고 화면 속 메뉴를 뒤적거릴 필요가 없다.

KGM 뉴 토레스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KGM 뉴 토레스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하면 뉴 토레스의 또 다른 반전 매력이 드러난다. 가솔린 모델에는 1.5ℓ 터보 T-GDI 엔진과 아이신 8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됐다. 최고출력 170마력, 최대토크 30.6kg·m다. 운전자를 등받이에 내리꽂는 폭발적인 힘을 자랑하는 차는 아니다.

대신 뉴 토레스는 힘을 과시하기보다 부드럽게 풀어내는 쪽을 택했다. 엑셀러레이터를 밟으면 서두르지 않고 매끈하게 속도를 높여나간다. 8단 자동변속기 역시 언제 단수를 바꿨는지 의식하기 어려울 만큼 조용히 제 역할을 한다. 날카로운 운전의 재미는 덜하지만 오래 타기에는 이런 무던한 성격이 딱이다.

승차감도 기대 이상으로 차분하다. 덩치 큰 SUV를 타고 요철을 넘다 보면 차체가 좌우로 뒤뚱거리거나 한두 번 더 출렁이기 마련이지만, 뉴 토레스는 불필요한 움직임을 비교적 잘 눌러낸다.

KGM 뉴 토레스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KGM 뉴 토레스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정숙성도 인상적이다. 이 정도 덩치의 가솔린 SUV면 속도가 제법 붙었을 때 엔진음과 바람 소리가 귀를 파고들 법하지만, 뉴 토레스는 어느 쪽도 신경을 거슬릴 만큼 도드라지지 않는다. 제원표만 들여다봐서는 알기 어려운 장점이지만 4시간쯤 운전대를 붙잡고 있다보면 분명히 체감된다.

물론 날카로운 주행의 재미를 기대할 만한 차는 아니다. 스티어링 휠이나 엑셀러레이터의 반응은 재빠르기보다 한 박자 여유를 두는 편이다. 1.5ℓ 터보 엔진도 일상 주행에서는 부족함이 없지만, 덩치 큰 차체를 몰아붙이는 급가속 상황에서는 힘이 넉넉하다고 보긴 어렵다. 스포츠 모드를 켠다고 갑자기 고성능 SUV로 돌변하는 반전도 기대하기는 어렵다.

실내도 화려함과 고급감만 놓고 보면 경쟁 모델을 압도하는 수준은 아니다. 최신 SUV들이 대형 커브드 디스플레이와 화려한 앰비언트 라이트를 앞세워 거실처럼 내부를 꾸미는 것과 비교하면 뉴 토레스의 실내는 비교적 담백하다. 그러나 이런 담백함이야말로 정통 SUV에 어울리는 진짜 매력 아닐까.

KGM 뉴 토레스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KGM 뉴 토레스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실컷 달리고 난 뒤 계기판에 찍힌 평균 연비는 11.7㎞/ℓ였다. 답답한 앞차는 거침없이 추월하고, 초록불이 들어오면 거침없이 밟고, 주황불이 들어오면 거침없이 멈춘 운전임을 감안하면 꽤 준수한 수준이다.

겉보기에는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거친 길을 누벼야 할 것 같은 차가 빤빤한 도로에서는 운전자를 꽤 살뜰하게 챙긴다. 남한 끝자락까지 운전대를 붙잡고도 몸이 소풍을 다녀온 듯 가뿐했다면 적어도 ‘오래 몰고 싶은 SUV’라는 평가에는 충분히 합격점을 줄 만하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