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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웅의 가치 스타트UP]지구를 지키는 영웅들 ‘오이스터에이블’

노재웅 기자I 2021.12.26 13:41:48

분리배출 보상 솔루션 '오늘의 분리수거' 운영
기업과 고객 연결…ESG 돕고, 보상은 확대
SKT와 손잡고 다회용컵 재사용 사업도 전개
서울시 시범사업 선정…내년 직원 2배 확대

가치 있는 스타트업을 올립(UP)니다. 노재웅 기자가 스타트업과 같이(가치) 합니다. 이곳에서 함께 기업과 자신의 가치를 올리실 분 계신가요?

[이데일리 노재웅 기자] 인공지능(AI) 기술로 올바른 재활용품 분리배출 습관 만들기를 돕는다는 환경 지킴 도우미 ‘오이스터에이블’을 만난 날. 주변에서 모두 열심히 분리배출하는 모습을 봐왔기 때문에 ‘우리 국민 정도면 잘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했다. 배태관(37) 오이스터에이블 대표는 평소 그런 이야기를 가장 많이 듣는다고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배태관 대표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인데요. 환경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재활용 쓰레기 분리수거율이 80%를 넘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실은 이 수치가 재활용이 잘 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쓰레기의 80%를 선별장으로 이동시켰다는 것일 뿐 선별을 거친 ‘실질재활용’ 비율은 20% 미만이고, 나머지 80%는 전부 매립·소각되고 있습니다.”

재활용이란 말 그대로 다시 활용됐을 때 의미가 있는 것인데, 분리수거율만 세계 상위 수준일 뿐 실질적은 재활용은 턱없이 낮은 현실이라는 것이다. 특히 플라스틱 제품의 경우에는 종류가 매우 다양해 이를 일일이 구분해서 제대로 분리배출한다는 게 쉽지 않다.

모든 쓰레기 문제의 결론이 언제나 ‘시민 참여’로 귀결되는 점에서도, ‘나는 열심히 실천하고 있는데 무엇이 문제냐’는 불만을 품게 한다. 인정도, 혜택도, 보람도 없는 분리배출 실천에 대한 동기가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다.

오이스터에이블 배태관(왼쪽) 대표와 신어진 팀장.


그래서 배태관 대표는 ‘올바른 분리수거’와 ‘참여 보상’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에 집중하게 됐고, 2016년 대학 동기 2명과 오이스터에이블을 설립했다. 세 사람 모두 건축 전공으로, 배 대표는 건축 설계 회사에 다닌 경험이 있다.

배태관 대표 “도시 설계를 하면서 도시 문제가 무엇이 심각한지도 함께 눈여겨보게 됐어요. 첫 번째가 교통이고, 그다음이 쓰레기였죠. 그런데 교통에 비해 쓰레기 문제가 상대적으로 외면받는 것 같아 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오이스터에이블이 운영하는 ‘오늘의 분리수거’ 앱과 연동된 사물지능융합기술(AIoT) 기반 분리배출함은 내부 AI 카메라가 모든 재활용품을 종류별로 알아서 인식해 분류한다. 라벨이나 바코드가 없는 재활용품도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하면 인식할 수 있다. 이 배출함에 재활용품을 버리는 시민은 앱을 통해 10~200원 상당의 현금, 할인, 쿠폰, 포인트 등을 받을 수 있다.

12월 기준 오늘의 분리수거 배출함은 서울, 부산 등 12개 시도에 350대가 설치돼 있다. 앱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1.5만명, 누적 가입자는 6만명이다.

오늘의 분리수거를 통해 분리배출에 참여하면 10~200원 상당의 현금, 할인, 쿠폰, 포인트 등을 받을 수 있다.. 오이스터에이블 제공


비슷한 방식의 재활용 리워드 앱과 배출함을 운영하는 회사는 오이스터에이블 외에도 여럿이 있다. 그러나 경쟁사들과 적용 품목과 보상 규모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고 신어진(40) 앱서비스 기획팀장은 강조했다.

신 팀장 “다른 서비스들의 경우에는 보상이 아니라 정확히는 재활용 거래대금, 즉 페트병 판매가격의 일부를 돌려주는 개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개당 5원에서 8원 정도로 보상 규모가 매우 낮고 품목도 보증금 대상인 캔, 페트로 한정돼 있죠. 저희는 모든 재활용품을 회수하는 것뿐 아니라 제조나 유통 대기업이 직접 고객에게 보상을 제공할 수 있게 연결해주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은 혜택을 드리고 있습니다.”

배태관 대표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라는 용어가 없던 때부터 여러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기업과 기업의 고객들이 환경 문제 해결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모델을 만드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예전에는 환경부담금을 내는 정도가 다였거든요. 저희는 재정적 부담 없이 보상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은 마케팅 비용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석이조인 셈이죠.”

오이스터에이블의 선한 의지와 기술력을 높이 사 동참하고 있는 기업은 SK텔레콤, 롯데, 한화, CJ, 이마트, 매일유업, 스타벅스 등 약 40곳에 달한다. 지금도 ESG(환경·사회·기업지배구조)를 하고 싶어하는 기업이라면 모두 한 번씩 연락이 오고 있다고 한다.

오늘의 분리수거가 재활용을 위한 솔루션이라면, 오이스터에이블이 SK텔레콤과 기술제휴를 통해 개발한 ‘AIoT 다회용컵 반납기(가칭 슈팅스타)’는 ‘재사용’ 제품의 회수, 세척, 운반, 보관 등을 시스템화한 것이 특징이다.

올해 7월 제주 스타벅스 매장 4곳에서 처음 시작해 지금은 제주 스타벅스 전 매장으로 확대됐고, 서울시가 주최한 ‘다회용컵 시범사업’에도 선정돼 최근 서울 시청 인근 중구, 종로구 지역 커피 전문점 20여곳에 슈팅스타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오늘의 분리수거는 라벨 또는 바코드가 없어도 인공지능으로 모든 재활용품을 인식해 회수할 수 있다. 오이스터에이블 제공


사업 확대가 본격화됨에 따라 오이스터에이블은 20여명인 직원 규모를 내년 50명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개발자를 비롯해 신 팀장의 업무를 분담할 PM 서비스 기획 부문과 배출함 관리 현장 매니저 등이 모집 대상이다.

배태관 대표 “지금 함께 일하고 있는 분들을 보면 나의 작업 하나하나가 환경을 지키는 일이라는 사명감을 갖고 계십니다. 환경 문제에 있어서 이런 동기부여를 가진 분들의 합류를 기대합니다.”

신 팀장은 경력단절여성들이 많이 회사의 문을 두드려 주길 기대했다.

신어진 팀장 “올해 2월에 오이스터에이블에 합류하기 전까진 출산과 육아 등으로 꽤 오랜 기간 경력단절 기간이 있었습니다. 깜깜했던 시절이 있었던 입장에서 저와 같은 경단녀 분들께 함께 해보자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기회가 많이 열려 있는 오이스터에이블에서 다시 능력을 펼쳐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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