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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선 열성당원, 교실선 중립?…교사 정치참여 신중을"

김윤정 기자I 2025.03.29 08:00:00

[교육in] 김성열 경남대 교육학과 명예석좌교수
교사 정치기본권 4법 논의 활발…"신중해야" 경고
"교사 말에 학생이 반박 어려워…교실內 특수성 있다"
"수업서 정치사안은 다뤄야…정치 문해력 함양" 강조

[이데일리 김윤정 기자] “외부에서 특정 정당 당원인 교사가 수업에서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교원의 정치적 기본권 확대를 위한 ‘정치 기본권 보장 4법’이 활발히 논의되는 가운데, 교육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성열 경남대 교육학과 명예석좌교수는 29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특정 정당의 당원인 교사가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과 완전히 무관하게 교실에서 중립적인 견해를 제시하기는 어렵다”며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 확대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 확대를 위한 법 개정 논의가 활발하다. 가령 교사의 선거운동 참여, 정당가입, 정당·정치인 후원 등을 가능케 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법상 교사들은 정치적 표현과 참여에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는데, 이를 완화해 교사들도 일반 시민처럼 정치적 기본권을 보장받을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사진=게티이미지)
◇“저는 다른 생각인데요…학생이 교사에게 반박할 수 있나”

김 교수는 “학교 밖에서 정당에 가입하고 선거운동에 참여하는 교사가 학교 수업시간에 돌아와선 자신의 신념·사고와 다른 내용을 객관적으로 가르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교사들의 정치활동 허용에 신중해야 하는 이유로 크게 두 가지를 제시했다. 첫번째 이유로 김 교수는 “인간 사고의 존재 구속성 때문”이라며 “사람의 사고나 의식은 존재로부터 구속받는다는 관점에서 보면 교사가 지지하는 정당으로부터 생각을 자유롭게 가지려 해도 결코 쉽지 않을 것이고 교실 수업활동에 역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하나는 수업 상황에서 교사의 위상 때문”이라며 “교사는 교실에서 특정 주제에 대한 유일한 설명자”라며 “학생들은 나름의 생각이 있더라도 교사의 설명에 논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대학과 초·중등 교육 환경의 차이점도 짚었다. “대학의 경우는 학생들이 교수의 말에 비교적 반박·비판이 가능하고, 동일 주제에 대해 다른 교수들의 견해도 들을 수 있다”며 “이와 달리 초·중·고에서는 단 한명의 교사가 수업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교사의 말을 진리로 받아들이고 다른 관점을 접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했다. 그는 “아무리 요즘 학생들이 지적으로 성숙하고 미디어 환경에서 다양한 정보를 접한다고 해도 수업 상황에서 교사의 의견에 논박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김 교수는 “정치 후원의 경우 교원뿐만 아니라 모든 공무원들에게 공통적으로 제한된 사항이므로 전체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당 가입과 선거 운동 허용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정치활동을 허용하게 되면 교사가 바깥에서는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활동을 하면서, 수업시간에는 자신의 신념이나 사고와 다른 내용을 객관적으로 가르치기 어렵다”며 “이런 점을 고려할 때 교사들의 정치활동은 적절하게 제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게티이미지)
◇“정치교육은 필요...학생들 정치 문해력 길러야”

다만 김 교수는 논쟁적·정치적 주제를 수업에서 다루는 것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 견해를 표명했다. 단, 교사가 개인적인 견해를 표명하지 않는 한해서만 말이다. 그는 “논쟁적인 사안을 균형 있게 다루는 것이 필요하며, 특히 수업 시간에 정치적·사회적 쟁점을 다루는 것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독일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독일에서는 1976년 정치교육과 관련해 ‘보이텔스바흐 합의’를 이뤘다”며 “특정 정치적 견해 주입을 금지하고, 논쟁적인 사안은 논쟁적으로 가르치며, 무엇보다 학생들의 올바른 정치 역량을 강화하는 수업으로 정치교육을 해야 한다는 협약”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수업 시간에 정치적 쟁점에 대해 토론하고 학생들이 나름대로 자기의 관점이나 안목을 형성해나가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학교 내에서 학생들의 정치적 리터러시, 즉 정치적 문해력을 제대로 길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사의 시국선언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을 촉구했다. “국민적 여론이 특정 방향으로 흐른다 해도, 교사라는 신분에서 시국선언과 같은 집단적 정치 표현을 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수업 시간에 정치적 쟁점을 다룰 때는 보이텔스바흐 합의처럼 논쟁적인 것은 논쟁적으로 다루고 학생들이 토론을 통해 자신의 관점을 형성하도록 도울 수 있지만, 수업 외 상황에서 교사집단으로서 특정 견해를 표명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설명했다.

◇“교사, 기본권 무제한 아냐…교육적 이익 형량 고려해야”

김 교수는 “교사라는 직업을 선택했기 때문에 시민으로서 갖는 모든 기본권이 무제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헌법상 기본권이라도 특정 경우에는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는데 교사의 정치활동 제약도 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김 교수는 “학부모 민원이 극심한 한국적 상황에서 교사의 정치활동 확대는 현실적 우려도 있다”며 “교사가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특정 사안에 한쪽 견해를 주로 전달하면 학부모들의 문제 제기가 많았던 사례를 고려할 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 더불어 “교육적 이익의 형량 차원에서 교사의 자유로운 정치활동이 학생 교육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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