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떡상]차마 가지 못한 그 맛집이 우리 집으로 찾아왔다

남궁민관 기자I 2022.01.29 20:30:00

③HMR·RMR
좀처럼 잡히지 않는 코로나19 기세
아쉬운대로 집에서 레스토랑 분위기 내볼까
RMR 힘입어 HMR 시장규모 2020년 이미 4조원 육박
"그 맛 구현 못하면 욕 먹을라"…공들이는 유통업계

유통가 ‘상상도 못한 정체’들을 살핍니다. 급격하게 떠오른 ‘핫’한 인물이나 상품, 어떤 시도와 결과, 그리고 사건·사고가 될 수도 있습니다. <편집자 주>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참 예전에는 전국 맛집들 찾아다니는 재미가 있었는데….”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2년째 지속되면서 우리네 주말, 연휴 풍경은 사뭇 달라졌다. 마침 올해 설 명절은 주말을 끼고 5일간 긴 연휴이지만,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며 28일 하루 신규 확진자만 1만7542명을 쏟아내 귀성은 물론 나들이를 나서려던 이들의 발길을 머뭇거리게 한다.

외출을 자제하고 집에서의 일상 보내기가 안착되다보니, 유통가에서도 ‘홈(Home)’과 관련된 여러 트랜드에 주목한다. 가령 ‘홈파티’, ‘홈스토랑’, ‘홈술’, ‘홈설’ 등 참 다양하기도 한데, 아무래도 공통적으로 기존에 밖에서 즐기던 것들을 아쉬운대로 집에서라도 즐기려는 욕구가 강하다보니 바로 이 ‘RMR’ 상품들이 강세를 보이는 모양새다.

조은비 롯데마트 개발MD가 최근 RMR ‘요리하다 다리집 떡볶이’ 출시를 기념해 함께 손잡은 부산 유명 맛집 ‘다리집 떡볶이’ 사장님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롯데마트)


‘Restaurant Meal Replacement’의 줄임말로, 레스토랑 간편식으로 불리는 RMR은 HMR(Home Meal Replacement·가정간편식)의 한 종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정의에 따르면 HMR은 ‘바로 섭취하거나 가열 등 간단한 조리과정을 거치면 간단하게 식사로 대용할 수 있는 식품’을 말하며, 그 하위에는 좀 더 맛있고 색다른 경험에 대한 소비자의 욕구가 반영돼 유명 맛집의 음식을 가정간편식 형태로 즐길 수 있도록 한 이 RMR이 대세로 등장했다고 보면 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밀키트’는 HMR과 RMR 중에서도 식육, 채소, 생선 등 자연산물이 포함돼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도록 한 간편조리세트다.

HMR 시장의 성장세는 상당하다. 2020년 국내 HMR 판매량은 107만8671톤(t)으로, 2016년 89만2985t 대비 20.8%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판매액 또한 2조2682억원에서 3조6526억원으로 61% 증가했다. 한국외식산업경영연구원은 지난해부터 코로나19 영향으로 국민들의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을 추구하는 소비 형태), 홀로만찬, 편리미엄 추세가 강해지면서 RMR 시장의 급성장에 힘입어 전체 HMR 판매액은 이미 4조원을 훌쩍 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HMR 시장의 강자는 역시 식품업체들이다. aT 조사 결과 국내 HMR 시장 점유율은 CJ제일제당이 49.2%를 차지하며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오뚜기(7.8%), 동원 F&B(7.8%), 대상(2.2%)가 그 뒤를 이었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와 햇반, 고메, 쿠킷 등 다수의 브랜드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오뚜기는 오뚜기와 오즈키친, 오튜 △대상은 안주야와 종가집, 호밍스 △동원F&B는 양반과 쎈쿡, 떡볶이의 신 등을 내세우고 있고, 이외 롯데푸드(쉐푸드)나 풀무원(풀무원·ORGA·반듯한식), 아워호(바로·온더고), 농심(쿡탐), hy(잇츠온)도 브랜드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른바 ‘스토아브랜드’라 불리는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유통업체들의 자체브랜드(PB) 상품들도 5.2%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면서 기회를 엿보는 형태다. 이중에는 HMR 중 최근 대세로 주목받는 RMR 상품들이 다수 포진해 있는 셈이다. 실제로 유통업체들은 관련 브랜드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이마트 피코크 △롯데마트 요리하다 △홈플러스 시그니쳐 △BGF리테일 헤이루 △GS리테일 유어스 △쿠팡 곰곰 △마켓컬리 컬리스 등 PB 브랜드에 힘을 싣고 있는 형국.

HMR 유형별 판매 규모 추이.(출처=aT)


다만 RMR이 다 잘되는 것은 아닌터, 유통업체들의 노고가 적지 않은 모양이다. 롯데마트는 올해 1월 부산의 명물인 ‘다리집 떡볶이’와 손잡고 RMR인 ‘요리하다 다리집 떡볶이’를 출시해 1주일만에 롯데마트 전체 HMR 매출 1등을 차지하는 성과를 냈다. 이를 위해 롯데마트 연구원과 개발MD, 제조사가 부산에 내려가 다리집 사장님과 함께 수개월간 함께 상품 레시피를 끊임없이 수정 개발하는가 하면, 부산식 떡볶이의 특징인 가래떡을 구현하기 위해 전국의 역량 있는 떡 제조사를 백방으로 찾아 다녔다고 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RMR이라고 출시했다가 실제 해당 유명맛집과 맛이 조금이라도 다르면 브랜드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어 상당한 공을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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