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F 의무화만 앞세우면 수입의존 심화…지원 받쳐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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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비 기자I 2026.03.12 05:06:02

[전문가와 함께 쓰는 스페셜리포트]②
인센티브 없는 의무화 부작용만 키워
국내 생산 인프라 부족에 공급망 불안도
높은 가격, 항공 수요 위축 등 악순환 우려
정부 인센티브 검토 아닌 즉시 실행해야

[상병인 한양대 화학공학과 교수,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글로벌 탈탄소 흐름이 본격화하면서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항공 부문에서 친환경 연료 사용이 점차 늘고 있지만 한국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최근 중동 불안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지속가능항공유(SAF) 전환을 앞당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국내 현실은 당장 내년 1% 혼합 의무화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안정적인 원료 수급처 확보와 산업계의 대규모 투자를 이끌 충분한 인센티브와 지원 없이 의무화만 앞세울 경우 비용 부담과 공급망 불안이라는 부작용만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생산 인프라 없고 글로벌 공급망 불안 심각”

지속가능항공유(SAF)는 폐식용유와 동물성 기름 등을 원료로 만든 저탄소 연료로, 국제 항공업계가 탄소중립을 위한 핵심 수단으로 꼽는다. 환경 규제 대응이 가능하고 기존 원유 의존도를 낮출 수 있어 항공유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미국과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는 등 지정학적 위기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SAF의 전략적 가치도 부각되고 있다.

내년 시행되는 SAF 1% 혼합 의무화는 SAF 사용이 본격화되는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국내 산업 여건은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 가장 큰 병목은 생산 인프라다. 국내 정유사들은 당장의 의무화 대응을 위해 기존 정제 설비를 활용한 코프로세싱(co-processing) 방식으로 초기 물량 확보에 나설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방식은 바이오 원료 투입 비율과 공정 인증상의 제약으로 생산 효율이 낮다는 한계가 있다.

의무 혼합 비율 상향 시점에 맞춰 국내 생산 기반이 충분히 확충되지 못하면 원료 수입 의존도는 급격히 높아질 수 있다. SAF 수입 비중이 확대될 경우 이는 곧바로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항공사와 소비자, 산업 전반의 수용성을 동시에 흔드는 악순환으로 번질 수 있다.

SAF 전용 생산시설을 구축하면 생산 효율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수조 원대 투자비가 필요한 만큼 부담이 크다. 정유업계도 관련 투자를 검토했지만 지난해 상반기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며 계획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원료 공급망 불안도 심각하다. 현재 SAF는 폐식용유와 동물성 지방 등 지질계 원료에 크게 의존한다. 문제는 이 원료들이 더 이상 ‘남는 자원’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전략 자원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에서도 수요 확대와 수출 증가가 맞물릴 경우 공급 불안과 가격 급등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투자 적기, 당장 가능한 인센티브 필요”

높은 가격 역시 숙제다. SAF는 기존 항공유보다 가격이 크게 높아 의무화가 시행될 경우 항공사의 비용 부담 증가와 항공권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재무 여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저비용항공사(LCC)에는 충격이 더 클 수 있다. 이는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항공사가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 구조가 고착될 경우 항공 수요 위축과 시장 왜곡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정부에서도 이런 어려움을 인식하고, SAF 관련 인센티브와 세제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대규모 설비 투자는 타이밍 싸움이다. 비용 부담은 의무화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빠르게 현실화한다. 정부 정책 지원이 늦게 작동한다면, 산업계는 투자 대신 관망을 선택하고, 원료와 물량은 더 유리한 시장으로 이동할 요인이 커진다.

SAF 공급 기반은 단기간에 구축하기 어렵다. 지금부터 정책적 지원 방안을 구체화해야 한다. 투자 세액공제와 정책금융, 보조·감면 등 즉시 활용 가능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공급망 역시 국가 전략 차원에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 회수·정제·저장·물류 체계 고도화 등 전반적인 인프라 구축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

“국가 주도로 차세대 기술 개발해야”

장기 경쟁력은 차세대 기술에 달렸다. 특히 알코올을 항공유로 전환하는 ATJ (Alcohol to Jet)에 주목해야 한다. 알코올을 항공유로 전환하는 ATJ는 바이오매스 유래 알코올 (에탄올, 부탄올 등), 향후에는 다양한 저탄소 알코올까지 연결될 수 있어 확장성이 크다.

기술 잠재력도 충분하다. 문제는 복잡한 실증과 인증 절차에 있다. 국가 주도 프로그램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산업화 속도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원인이다.

예비타당성조사 규모의 국가연구개발사업으로, 산학연이 실제로 함께 굴러가는 협동연구체계로 기술 개발에 나서야 한다. 대학은 원천기술과 촉매·반응 메커니즘을, 정유화학 기업은 공정 설계와 스케일업 운전 데이터를, 정부출연연은 실증 인프라와 시험평가 체계를 맡아 하나의 ‘실증 패키지’로 묶어야 한다.

개별 과제를 쪼개어 나열하는 방식으로는 글로벌 기업들이 선점한 기술 인증 장벽을 넘기 어렵다. 국가 차원의 컨트롤타워를 만들고, 산업계가 상업화로 넘어갈 수 있도록 끊김 없는 로드맵을 제공하는 실행 조직도 뒷받침돼야 한다.

지난 2022년 대한항공이 지속가능 항공연료(SAF) 화물기 시범 운항을 위해 급유하고 있는 모습. (사진=대한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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