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김건희 여사와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 관련 의혹에 대해 대국민담화를 내고 기자회견을 했다. 윤 대통령은 “제 주변의 일로 국민 여러분께 염려를 드렸다”며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처럼 두루뭉술한 사과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국정기조 전환을 강조한 여권 일각의 요구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이틀 뒤 임기 반환점을 도는 윤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여정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민주당은 3대 요구안을 내놨다. 김여사 특검법을 수용하고, ‘명태균 게이트’에 대해 직접 해명하고 사과하라는 것 등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두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김여사 특검법에 대해 “사법 작용이 아닌 정치 선동”이라며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침소봉대는 기본이고 없는 것을 만들어 제 처를 악마화시킨 것도 있다”고도 했다. 명태균씨 관련해선 “부적절한 일을 한 것도 없고, 또 감출 것도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반응은 부정 일색이다. 이재명 대표는 “국민께서 흔쾌히 동의할 만한 내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일방적 잡담’ ‘왜 기자회견하나’ ‘끝장 변명’ 같은 비판적 반응이 나왔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로선 억울한 면도 없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민심은 이미 돌아섰다. 갤럽 여론조사에서 최근 윤 대통령 지지율은 19%로 최저치를 경신했다. 김 여사의 배우자 역할 수행에 대해선 84%가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지지율은 국정을 이끌어가는 동력이다. 더구나 여소야대 상황에선 대통령의 소통과 협치 의지가 더욱 중요하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지지율 반전을 꾀할 기회를 놓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9일 김여사 특검법 수용을 촉구하는 장외집회를 열 예정이다. 같은 날 진보단체들은 정권퇴진 총궐기 집회를 갖는다. 민주당은 세 번째 김여사 특검법을 14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계획이다. 이재명 대표는 이달 중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하순 위증교사 혐의 선고를 앞두고 있다. 그런 만큼 윤 대통령에 대한 공세는 갈수록 거칠어질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의 담화와 기자회견은 지지율 회복 카드로 기대를 모았으나 되레 일이 더 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