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연성 쓰레기를 태워 전기를 만드는 고형폐기물연료(SRF) 발전소는 일반 소각장보다 친환경적이지만 유해물질이 일부라도 배출될 수 있다는 우려로 발전소와 지역자치단체, 주민 간 갈등의 골이 깊은 상황이다. 법적 공방전으로 치달으면서 수 천억원 들여 지은 발전소 운영도 중단되는 등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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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정부가 SRF에 대한 품질관리 강화에 나서기로 해 SRF 발전소 운영을 둘러싼 갈등의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환경부 관계자는 21일 “현재 3개 등급(최우수, 우수, 양호)을 설정해 운영하고 있는 SRF 품질등급제를 2개 등급(최우수, 우수) 체계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고품질 고형연료제품 제조·사용을 유도하고 대기환경보전법상 배출허용기준보다 강화한 통합 환경허가조건을 준수해 주변 환경영향 피해를 최소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환경부는 우선 SRF의 바닥 포장을 강화하고 지붕과 3면 이상의 벽면을 갖춘 보관창고(실내)에서 보관하도록 해 악취와 침출수 발생을 예방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는 야적장 등에서 외부 보관하고 있다. 분기마다 고형연료제품의 품질확인을 하고 매년 사용시설 정기검사도 진행할 계획이다. 고품질 고형연료제품 제조와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품질등급별 사용지역을 제한하기로 했다. SRF가 기준에 미달한다면 현재 쓰레기 매립장과 제조사를 바꿀 수 있도록 조처하겠다는 것이다.
고형연료제품 사용시설에 부착한 굴뚝원격감시체계를 통해 대기오염물질 배출현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SRF를 활용한 에너지회수설비 역시 소각장에 준하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SRF 고품질화로 환경성과 주민 수용성 역시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촉진법을 만들어 소각시설 설치를 밀어붙이고 있지만 SRF는 적용을 못 받는다”며 “SRF발전시설 역시 그 역할이 소각시설과 똑같은 만큼 소각시설과 맞춰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하겠다”고 덧붙였다.
산업부도 SRF 발전소에 대한 법적인 지원 기준을 마련해 지자체와 해당 지역에 지원금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SRF에 대한 해당 지역 주민과 지자체의 강한 반발로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가 SRF 품질관리 강화에 나선 것은 지역 주민과의 갈등이 커서다. 지난 2017년부터 최근까지 SRF발전 사업 허가를 받은 곳은 전국적으로 60곳이 넘지만 10여 곳이 주민의 반대로 공사를 멈췄다. 최근 대기오염 악화 우려로 논란이 일었던 대구 달서구 성서 2차 산업단지 내 폐목재 고형연료(BIO-SRF) 열병합발전소 건설 계획이 주민 반대로 법원 소송까지 간 결과 결국 무산됐다. 나주SRF열병합발전소는 한국지역난방공사가 2700억원을 들여 지난 2017년 12월 준공했으나 발전연료인 SRF 반입을 놓고 지역사회와 시공사, 운영주체인 한난 사이의 갈등이 깊어지며 가동과 중단을 반복하고 있다.
오세천 공주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SRF발전시설에 대한 지역 사회의 합의를 이끌어 내기 가장 어렵다”며 “주민지원, 이익공유 제도와 대기오염 등 환경영향의 측정·조사·공개·소통을 강화해 투명성을 높여야 주민 수용성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