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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용익의 록코노믹스]유니버설이 밥 딜런의 저작권을 산 이유

피용익 기자I 2020.12.12 12:12:12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밥 딜런은 약 60년 간의 음악 활동을 통해 다양한 곡을 썼다. 포크 발라드에서부터 록, 컨트리, 그리고 가스펠까지 그가 작곡한 노래는 600곡이 넘는다. 이 모든 곡에 대한 판권은 이제 유니버설 뮤직 그룹이 갖게 됐다. 앞으로는 딜런이 자신의 옛 노래를 통해 아무런 수입도 얻지 못한다는 의미다.

딜런과 유니버설이 체결한 정확한 계약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딜런은 판권을 양도한 대가로 2억 달러 이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3억 달러에 육박한다는 말도 있다.

딜런은 “Like a Rolling Stone” “Blowin’ in the Wind” “Knocking on Heaven’s Door” 등 수많은 명곡을 작곡했다. 지난 2016년 가수로는 처음으로 노벨 문학상을 받았을 정도로 시적인 가사를 쓴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처럼 딜런은 대중음악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뮤지션이지만, 전성기가 한참 지난 고령의 가수이기도 하다. 음원 순위에서 그의 노래를 찾아보기 힘든 것은 물론이고, 그가 얼마나 오래 무대에 설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 때문에 유니버설이 그에게 2억~3억 달러나 주고 판권을 사들인 이유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대중음악 업계 관계자들은 딜런의 판권을 사들인 유니버설이 갖게 될 이득은 생각보다 클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NBC 뉴스가 보도했다.

첫번째 이유는 딜런이 대부분의 노래를 혼자 만들었다는 점이다. 그가 그의 노래의 유일한 저작권자라는 뜻이다. 비틀즈의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 롤링 스톤즈의 믹 재거와 키이스 리처즈 등 대부분 밴드가 공동 작곡을 한 것과 달리 솔로 아티스트인 딜런은 작사에서 작곡, 편곡까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 따라서 유니버설은 앞으로 딜런의 노래가 스트리밍되거나 드라마 또는 영화의 배경음악으로 나오거나 누군가 커버곡을 부를 때 받는 저작권료를 독점할 수 있다.

두번째 이유는 딜런의 노래가 다른 아티스트들에 의해 폭넓게 리메이크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딜런의 곡은 6000회 이상 커버된 것으로 알려졌다. 비틀즈, 에릭 클랩튼, 건즈 앤 로지스, 콜드플레이 등 유명 아티스트들도 예외가 아니다. 김광석의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의 원곡도 딜런의 “Don’t Think Twice It’s All Right”이다. 워낙 많은 명곡을 남겼기 때문에 앞으로도 커버곡 발표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유니버설은 이로부터 나오는 모든 저작권료를 챙기게 된다.

세번째 이유는 딜런의 노래가 영화와 드라마, 광고 등에 자주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 무비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딜런의 노래는 영화 ‘포레스트 검프’ 등 800편의 영화의 사운드 트랙으로 사용됐다. 앞으로 이 영화들이 TV에서 방영될 때마다 유니버설은 저작권료를 받게 된다. 사실상 끊임없는 수입원이 되는 셈이다.

유니버설이 왜 딜런의 판권을 거액을 들여 사들였는지는 루시언 그레인지 유니버설 뮤직 그룹 최고경영자(CEO)의 발언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그는 지난 7일(현지시간) 딜런과의 계약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지금으로부터 수십년간, 심지어 수백년간 밥 딜런의 노랫말과 음악은 어느 곳에서든 계속해서 불려지고 연주될 것이며 또한 사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딜런과 유니버설의 이번 계약 외에도 최근 음악 업계에서는 뮤지션들의 판권 양도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여성 가수 스티비 닉스는 최근 8000만 달러를 받고 프라이머리 웨이브 뮤직에 자신의 판권을 넘겼다. 힙노시스 송즈 펀드는 올해 3월부터 9월까지 6억7000만 달러를 들여 블론디, 릭 제임스, 배리 매닐로우 등으로부터 4만4000곡 이상의 권리를 사들였다.

밥 딜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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