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환자에 대한 의약품 배송 확대를 놓고 정부와 약사들이 충돌했다. 정부는 도서·벽지 거주자를 포함, 일부 취약 계층에 대해서만 허용하고 있는 약 배송을 비대면 진료 환자 전체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한약사회는 지난 20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약사와 약대생을 합쳐 1만 명 이상이 참여한 궐기대회를 열고 약 배송 정책의 전면 철회를 요구했다. 정부는 약사들의 반발을 예상하고 약 배송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하려고 했지만, 약사들이 반대 행동에 나선 것이다.
비대면 진료 이용자들은 대다수가 약 배송 확대 정책을 지지한다. 최근 한국리서치가 비대면 진료 이용자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약 배송 자체에는 87.5%, 약 배송 확대에는 84.9%가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이 여론조사는 약 배송 확대를 주도해온 원격의료산업협의회의 의뢰로 실시되긴 했지만, 비대면 진료 이용자들의 대체적인 의견을 보여주는 데는 모자람이 없다. 진료는 비대면으로 받는데 약은 굳이 약국에 가서 사야 하는 데 대한 불만이 큰 것이다. 비대면 진료 이용자 가운데 특히 거동이 불편한 노인과 만성질환자 등이 약 배송 확대에 적극 찬성한다. 외진 지역 주민들도 마찬가지다.
반면에 약사들은 약사의 복약 지도가 생략되거나 문서나 전화를 통해 이뤄지는 약 배송 확대는 약 오남용 위험을 대폭 키울 것이라고 지적한다. 의료 쇼핑을 조장해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고도 주장한다. 그렇게 국민 건강권을 침해하면서 약 배송 관련 온라인 플랫폼의 돈벌이를 돕는 일에는 찬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해외의 선례에 비춰 배송 과정의 오류나 사고로 환자에게 정확히 약이 전달되지 않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고 한다.
이 문제는 전부 아니면 전무 식으로 치달을 일이 아니다. 정부는 약사들의 우려를 경청하고, 약사들은 정부의 정책 취지를 존중해야 한다. 오는 12월로 예정된 비대면 진료 정식 시행 이전에 이 문제에 대한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 그 결론이 국민 건강권과 의약품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어야 함은 물론이다. 대한약사회가 민관협의체에 참여하는 것이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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