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09월07일 04시10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마켓in 박소영 기자] “인공지능(AI) 모델은 빠르게 확산되고 소프트웨어는 쉽게 복제됩니다. 하지만 수십 년간 쌓인 제조 노하우와 숙련 인력, 품질체계, 공급망과 생산 능력은 그렇지 않습니다. 생산체계 자체가 하나의 패권 기술입니다.”
권혁현 포지(F4GE) 대표는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AI 시대 우리나라가 가진 가장 큰 경쟁력으로 ‘제조’를 꼽았다. 미국에서 새로운 AI 모델이 나오고 유럽에서 새로운 드론이 설계돼도 현실 세계에 수천 대를 배치하려면 결국 이를 실제 제품으로 만들어낼 생산 능력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권 대표는 대한민국 해군 특수전전단(UDT SEAL)에서 복무하고 미국에서 방산테크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이후 글로벌 벤처캐피털(VC) 500글로벌에서 듀얼 유즈(dual-use)와 딥테크 투자를 담당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생산의 병목’을 발견했다. 그래서 다시 인공지능(AI) 기반 정밀 제조기업인 포지를 창업하며 다시 현장에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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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기술 있어도 대량 생산 못하면 소용없어”
권혁현 포지 대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최초의 피지컬 AI 전장이라고 평가했다. AI와 소프트웨어 기반 드론·무인체계·자율시스템이 대규모로 배치됐기 때문이다. 전장에서 얻은 데이터를 토대로 몇 주 또는 몇 달 만에 다시 무기체계가 설계돼 투입되는 사이클이 본격적으로 나타났다는 이유도 있다.
하지만 실제 수요가 늘자 새로운 문제가 드러났다. 생산이었다. 권 대표는 “좋은 드론·로봇을 하나 만든다와 낮은 가격에 동일한 품질인 수천·수만 대를 만든다는 완전히 다른 문제”라며 “엔진과 모터, 가공부품, 전자장비, 소재, 조립, 품질관리, 공급망까지 결국 물리적인 생산능력이 기술 확산 속도를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포지는 이 같은 ‘프로덕션 갭(production gap)’을 해결하고자 설립됐다. 방산·항공우주·로보틱스·모빌리티 기업과 여러 제조사를 생산 네트워크 하나로 묶는다. 그리고 포지가 단일 생산 파트너 역할을 맡는 방식이다.
포지는 현재 창원·사천·마산·부산 등을 중심으로 제조 파트너 25곳 이상과 협업하고 있다. 정밀가공과 CNC선반, 5축 가공, 주조·단조, 금형, 전자·검사설비 등을 합치면 약 400대 규모에 달하는 생산 설비와 연결된다. 회사는 현재 다품종 소량 생산부터 양산까지 대응하는 분산 제조 서비스를 제공한다. 여러 제조사의 설비와 공정을 공장 한 곳처럼 오케스트레이션한다.
포지는 여기에 자체 소프트웨어 ‘Cell OS’를 배포해 각 공장 설비와 생산 데이터를 연결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설비가 무엇을 만들 수 있는지 △생산 여력이 어느 정도인지 △공정별 품질 데이터가 어떻게 발생하는지를 구조화한다. 회사는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제조업이 지닌 ‘암묵지’를 소프트웨어 자산으로 만들고자 한다. 숙련된 생산 엔지니어가 머릿속에 축적한 가공법과 설비 조건, 최적 공정 조합 등을 포함한다.
권 대표는 “특정 공장과 사람에게 묶여 있던 한국의 제조 노하우를 이동하고 복제하고 수출할 수 있는 하나의 레이어로 만들고 싶다”며 “궁극적으로는 제조 서비스형(Manufacturing-as-a-Service)을 넘어 공장 인프라를 서비스처럼 제공하거나(Factory-as-a-Service) 나아가 공장 운영체계 자체를 제품화하는(Factory-as-a-Product) 단계까지 가고자 한다”고 이야기했다.
최근 포지는 프리시드 라운드 투자 유치를 완료했다. 이번 라운드에는 △케이넷투자파트너스 △네이버 D2SF △사제파트너스 △500글로벌 △디캠프 △RFCore 등이 참여했다. 조달한 자금은 제조 현장에 Cell OS를 배포하는 데 활용할 예정이다. 북미·유럽 고객 확대 등에도 투입할 계획이다.
“방산 생산기반은 평시에 만들어야”
권 대표는 제조 경쟁력을 기업 차원을 넘어 국가 안보 문제로 바라봤다. 정부 정책이 나올 때까지 산업이 기다려서는 안 된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그러면서 2014년 크림반도 합병 이후 유럽이 다시 대규모 전쟁에 휘말릴 가능성에 대비하지 못했다는 점을 들었다. 이로 인해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뒤 탄약이나 드론, 각종 부품의 생산 능력을 급하게 늘리려고 했지만 산업 기반이 바로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그는 한미 방산 협력도 완제품 수출을 넘어 양국이 하나의 산업기반을 공유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는 현재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 코리아 프로그램 비상임연구원으로도 활동하면서 쌓은 전문가의 식견에 근거한 의견이다. 주로 제조·AI·방산·공급망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권 대표는 “우크라이나 사례처럼 전쟁이 발생한 뒤 갑자기 생산능력을 늘리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며 “평시에 어떤 공장이 어떤 부품을 만들 수 있는지 파악하고, 품질기준과 인증을 호환해 필요할 때 양국 생산능력을 서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우리나라가 미국의 공급망에서 단순히 보호받는 국가에 머무르면 안 된다고 봤다. 대신 쉽게 대체하기 어려운 ‘신뢰 공급망(trusted supply chain)’의 일부가 돼야 한다는 관점이다.
그는 “우리나라가 완제품을 잘 만들어 수출하는 제조국가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솔루션(어떻게 생산할지) 자체를 수출하는 국가가 될 수 있다고 본다”며 “궁극적으로 포지가 그리는 청사진도 피지컬 AI 시대의 아마존웹서비스(AWS)와 같은 생산 인프라”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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