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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약사 반대에 막힌 약품 구매 편의, 14년 규제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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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위원I 2026.06.30 05:00:00
약국이 아닌 곳에서 구매할 수 있는 ‘안전상비의약품’ 수가 해외 주요국에 비해 턱없이 적다.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은 최근 페이스북 글을 통해 “미국은 30만 개, 영국은 1500개, 일본은 930개인데 우리는 왜 20개인가”라고 물었다. 국내 편의점에서 구매할 수 있는 의약품 수가 최대 20개로 제한된 것을 문제 삼으며 의약품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에 대해 약사 단체가 “미국 등의 경우 같은 성분에 포장만 달라도 다른 품목으로 계산된 수치”라며 “선동을 멈추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현저히 낮은 우리 의약품 접근성은 그런 주장으로 가려질 수 없다.

실제로 편의점에서 구매할 수 있는 의약품은 약사법에 규정된 최대 20개 한도에 훨씬 못 미치는 11개에 불과하다. 안전상비의약품 제도가 도입된 2012년에 13개만 우선 지정됐는데 그 기준이 지금까지 바뀐 게 없다. 뿐만 아니라 타이레놀 2개의 생산이 중단돼 지금은 11개만 남아 있다. 해열진통제 3개, 감기약 2개, 소화제 4개, 파스류 2개다. 의사 처방 없이 구매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이 9000개가량 지정된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처방전이 필요 없는 데도 그 대부분을 약국에 가지 않으면 구매할 수 없다.

이런 현실은 약사들의 직역 이기주의 말고 다른 어떤 이유로도 설명할 수 없다. 정부는 국민 편의를 높이기 위해 편의점 취급 의약품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안전상비의약품 20개 한도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편의점 판매 의약품 품목을 11개에서 최대 20개로 늘리는 방안만 검토되는 모양이다. 이 정도 품목 확대에도 약사들은 극력 반대다. 그렇게 하면 약물 오남용 위험이 커진다는 것이다. 약사의 대면 판매와 복약 지도는 국민 안전을 위한 최소 장치라는 주장도 빼놓지 않는다.

더는 약사들의 이익을 위해 국민 편의를 볼모로 잡지 말아야 한다. 한밤중에 설사가 나는데 약국 문을 열 때까지 참고 견뎌야 하나. 약사법을 고쳐 안전상비의약품 한도 자체를 늘려야 한다. 의약품이 증상별로 세분화하고 온라인을 통한 복약 정보 획득도 가능해져 이제는 국민의 선택권을 넓혀줄 필요가 있다. 약국도 편의점도 없는 지역이 전국에 수두룩한 현실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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