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3 지방선거 당일 전국 255개 시군구 선거관리위원회 가운데 22%나 되는 56곳에서 투표자 수를 수정한다고 중앙선관위에 보고했다. 이런 사실은 중앙선관위가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에게 제출한 ‘시간대별 투표수 수정보고 이력’을 통해 드러났다. 게다가 시군구 선관위에서 투표자 수 통계 오류를 발견하고도 중앙선관위에 보고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숫자 맞추기를 하고 끝낸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고려하면 실제로 투표자 수를 수정한 시군구 선관위는 22%보다 훨씬 더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수정한 내용을 보면 더욱 기가 막힌다. 인천 검단구에서는 오후 4시까지 투표자 수가 5만 4665명이라고 보고했다가 나중에 이를 6만 1276명으로 수정했다. 무려 6611명이나 늘린 것이다. 경기 군포시에서는 오전 7시에 발생한 투표자 수 오류가 12시간이나 지난 오후 7시에야 수정됐다. 충북 진천군에서는 오후 6시까지 투표자 수가 오후 9시에야 수정됐다. 이 두 곳의 투표자 수 수정은 투표 종료 이후에 이뤄진 셈이다.
투표자 수는 투표 당일에 한 시간마다 전국적으로 합산돼 투표율과 함께 공표되기 때문에 유권자들의 투표 행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기에 투표자 수 통계 집계는 신속하고도 엄밀해야 한다. 그런데도 실제는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진 것이다. 수정 이유도 ‘기재 누락으로 인한 정정’ 등으로 간략하게만 보고돼 통계 수정의 중대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함을 드러냈다. 최근 중앙선관위 직원이 “최종 투표율만 맞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는데, 그게 괜히 나온 말이 아니었다.
이런 선관위를 그냥 놔두고는 선거를 주된 기반으로 하는 민주주의를 건강하게 지켜나갈 수 없다. 안 그래도 이번 선거 직후 일부 투표소의 투표 통계 조작 가능성이 제기돼 검찰과 경찰이 합동수사본부를 꾸려 수사에 나선 상황이다. 검경은 철저한 수사로 진상을 낱낱이 밝혀내 한 치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국민의 신뢰를 잃은 지금의 선관위는 해체하고, 선거관리 기구를 밑바닥부터 꼭대기까지 다시 조직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면 여야가 국회에서 개헌 논의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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