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전세계 정부가 위기 타개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상품 시장에 드리운 그늘을 걷어내기란 쉽지 않다.
상품 시장에 불나방처럼 몰려들었던 글로벌 자본은 마구 빠져나가고 있다. 그동안 상품 시장 강세론을 주장해 온 유명인사들의 돈주머니는 비고 있으며, 원자재 가격 하락이 전방위로 뻗어나가면서 정유업체들의 향후 전망은 더욱 어두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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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품 관련 펀드, 자금 유출 지속
19개 원자재 가격을 토대로 산출하는 다우존스-AIG 상품 지수와 연동되는 펀드는 지난 3분기에만 200억 달러가 빠져나가면서 3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우존스-AIG 상품지수는 지난 3분기 28% 급락했고, 이번 달에만 25% 하락했다. 전세계 경기 후퇴가 원유와 구리, 니켈 등 산업용 금속 수요를 감소시킬 것이라는 우려 속에 투자자들의 상품시장 철수가 늘고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윌리엄 오닐 로직 어드바이저스 관계자는 "상품 시장에 대폭락이 있었고, 아마 계속될 것이다"라며 "이들 시장 외부로 큰 움직임이 있어왔다"고 말했다.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자료에 따르면 헤지펀드 매니저들과 기타 대형 투자가들은 상품 매수포지션을 줄이고 있다. 19개 상품에 대한 투기적 매수 포지션은 지난 24일까지 한 주 동안 15만5947건으로, 지난 2월 26일 133만 건보다 88%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상품 시장에서 주목했던 억만장자 투자가 분 피켄스의 BP캐피탈은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 급락으로 인해 7월 이후 20억 달러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전햐졌다. 미국 CBS방송은 피켄스의 헤지펀드가 유가 하락으로 인해 반토막났다고 보도했다.
씨티그룹은 한 보고서에서 "불안한 재무상태가 모든 상품에 대한 수급 전망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고 밝혔다.
◇ "정유업계, 2010년 이전 펀더멘털 개선 안돼"
투자분석 회사인 샌포드 C. 번스타인은 휘발유와 디젤 등 연료 수요가 감소하면서 정유업체들에 대한 전망이 악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후퇴 우려가 주된 원인이다.
번스타인의 닐 맥모한 애널리스트는 "신용 위기로 인한 최근 상황과 빠른 경기 둔화, 그에 따른 수요 감소로 정유업체에 대한 전망이 더 악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번스타인은 이미 3개월 전부터 정유업체들에 대한 전망을 하향 조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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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는 하루 58만 배럴 생산이 가능한 인도의 잠나가르 정유공장에서 연말에 생산을 시작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번스타인은 이런 이유 등으로 2010년 이전에 정유업계의 펀더멘털이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부분의 정유업체들은 원가 절감을 위해 기존 계획을 철회하거나 중단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과 유럽 내 최대 정유업체 가운데 하나인 발레로 에너지는 원가 경쟁력을 위해 현재 투자 위험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네스테 오일도 지난주 핀란드의 나안탈리 공장의 수소화 분해 고압처리장치 구축 계획을 중단했다. 프림 페트롤륨이 스웨덴의 뤼세실 공장의 새 설비 구축을 결정하는 데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힌 지 하루 만이다. 양측은 모두 경기 둔화로 인한 수요 감소를 우려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일본 1위 정유업체인 니폰 오일도 국내 수요 감소로 인해 다음 달 생산량을 전년동기 대비 15% 줄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한편 지난주에도 미국의 휘발유 값은 평균 26센트 내린 것으로 조사됐다. 미 에너지부에 따르면 지난 주 휘발유가격은 2007년 3월 이후 최저 수준인 갤론당 2.66달러로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