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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이야기 그 너머로 나아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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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준하 기자I 2026.10.28 05: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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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째 소설집 펴낸 김연수 작가
구멍 난 겉표지의 ‘눈 내리는 삼일포’
다채로운 상상력 담긴 총 9편의 단편집
“등단 후 30여년…여전히 소설의 역할 고민”

[이데일리 유준하 기자] “우린 인생을 통해서 진실을 안다고 생각하지만, 인생은 결국 자기 입장에서 재구성된 이야기일 가능성이 높죠. 그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은 무한대에 가깝습니다. 방식을 뒤틀고 때로는 이야기 바깥 너머에서 이야기를 보는 것. 그것이 소설입니다.”

김연수 작가 ⓒ이승재(LCC)
김연수 작가 ⓒ이승재(LCC)
최근 소설집 ‘눈 내리는 삼일포’를 펴낸 김연수 작가는 이데일리와 만나 이같이 밝혔다. 지난 1993년 ‘작가세계’에서 시를 통해 등단한 김 작가는 특유의 정교하고 아름다운 문체로 삶에 대한 폭넓은 통찰을 보여주며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소설집은 ‘이토록 평범한 미래’ 이후 4년 만에 묶어낸 7번째 소설집이다.

소설집에는 조선 후기 화가 심사정의 그림에 대한 가상의 일화를 담아내 역사적 상상력을 발휘한 ‘눈 내리는 삼일포’, 야구, 서커스, 판소리 등 서로 멀어 보이는 키워드를 꿰어낸 ‘우리 인생의 목격자’, 자신의 육체를 버리고 정신을 업로드 하길 택한 손녀를 찾아가는 할아버지의 여정을 그린 ‘동풍이 어디로 흩어지는지’ 등 9편이 실렸다.



책 겉표지를 뚫고 나오는 실체적 감상

이 책에 눈길이 갔던 것은 겉표지에 있는 구멍 때문이다. 구멍 너머 속표지에는 심사정(1707~1769)의 ‘버드나무 등걸에서 매미가 울다’ 그림이 그려져 있지만, 책을 처음 마주한 독자들은 속표지에 그려진 푸른 빛깔의 그림은 전혀 인지하지 못 한다. 단순히 겉표지의 구멍이 ‘푸른 눈송이’처럼 보일 뿐이다.

그러나 책 속의 단편 ‘눈 내리는 삼일포’를 읽고 나면 겉표지의 구멍이 완전히 다르게 와닿는다. 소설을 읽으며 머리 속으로 상상하던 그림을 겉과 속 표지로 표현했다는 걸 알게 되면서 깜짝 놀라게 된다. 김 작가는 “소설을 다 읽고 나면 구멍이 의미하는 바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소설을 읽은 뒤 표지를 다시 보면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소설에 딱 어울리는 표지라 생각한다”며 환하게 웃었다.

독서 커뮤니티에서도 이번 소설집의 표지는 큰 화제를 모았다. 한 독자는 “책을 읽으면서 깊이와 다양한 주제, 공들인 책 표지에 감탄했다”며 “좀이 슨 구멍을 보고 눈이 내리는 모습을 상상한 이수지 작가와 김연수 작가, 출판사가 제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한다”며 극찬했다. 다른 독자는 “책을 읽기 전에는 그저 예쁜 디자인이었던 구멍이 이야기를 알고 나면 다르게 보인다”면서 “안다고 생각해 보지 못하는 것도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고 전했다.

김연수 작가 ⓒ이승재(LCC)
김연수 작가 ⓒ이승재(LCC)
“글 쓴 지 30여 년…여전히 소설의 역할 고민해”

단편소설 속 주인공들이 나아가는 의지에선 김 작가의 ‘쓰는 의지’가 엿보인다.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더 나은 상태로 나아가기 위해 질주하는 주인공들에게서 작가의 선한 마음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그는 “소설을 쓴 지 30년이 넘었는데, 소설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쓰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됐다”면서 “그 시간 동안 여러 방법론을 알게 됐는데 결국은 소설이란 것은 두 번 쓰는 이야기”라고 짚었다.

김 작가의 작법론에 따르면 원재료가 되는 처음의 이야기는 시간 순서대로 흐르는 실화 그 자체다. 해당 실화를 토대로 작가는 시간을 뒤섞고 전달 방식을 선정한다. 이것이 그가 말하는 두 번 써낸 이야기 즉, 소설이다. 김 작가는 “소설의 다시 쓰기는 인생에도 비유할 수 있다”며 “우리 인생 역시 실화를 토대로 하지만 자기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말하는 것은 결국 두 번째 이야기라는 점에서 소설과 같다”고 강조했다.

‘쓰는 의지’에 대해서도 김 작가는 조심스럽게 털어 놓았다. 그는 “제 소설의 역할은 그렇게 모두가 믿는 이야기 체계에서 독자들을 벗어나게 하는 것”이라면서 “한국 사회에선 강력한 이야기 체계가 있는데, 성공한 사람만이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바로 그에 해당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것은 아주 끔찍한 이야기임과 동시에 결국엔 이야기일 뿐이라는 점을 독자들이 알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동안은 ‘소설가의 일’ 개정판 작업에 매진할 예정이다. ‘소설가의 일’은 지난 2014년 출간된 김 작가의 창작론을 담은 산문집이다. 김 작가는 “손 볼 곳도 많고 추가되는 내용도 있을 듯 한데 빠르면 올 연말 즈음에 선보일 수 있을 것 같다”면서 “개정판 작업을 마무리하고 나면 장편 신작에 매진할 생각”이라고 했다.

김연수|296쪽|문학동네
김연수|296쪽|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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