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올해는 소싸움을 전통 보존이라는 명분으로 관광산업으로 육성시켜왔던 대부분의 지자체들이 관련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습니다.
인간의 재미를 위해 억지 싸움을 시키는 등 동물에게 고통을 야기 하는 행위가 폭력이라고 보는 세계적 흐름과 발을 맞춰가는 것입니다. 실제로 ‘투우’로 우리보다 더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스페인, 아르헨티나, 칠레 등에선 이미 이를 금지하는 등 점차 퇴출하는 추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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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동물보호법에서는 동물을 싸우게 하거나 도박·광고·오락·유흥 등의 목적으로 상해를 입히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됩니다. 그러나 소싸움만큼은 전통문화라는 명분에서 ‘예외’로 정했습니다.
달성군은 이 예외조항을 마지막까지 활용하는 지자체가 된 상황입니다. 달성군의 소싸움은 달성군이 주최하고 대구 달성 투우 협회가 주관하며, 대구 축산업 협동조합·달성 축산업 협동조합 등이 후원하는 행사입니다.
◇농경사회땐 ‘화합’ 위해…독재정권서 ‘산업’으로 부활
그럼, 왜 이토록 소싸움을 전통문화라며 붙들고 있는지, 또 우리가 이렇게 다른 생명에게 고통을 가하면서 지킬 가치가 있는 전통일지 인습은 아니었는지 먼저 짚어보겠습니다.
소싸움에 대한 정확한 역사기록은 찾기 힘들지만 지역별로 전해내려오는 이야기를 보면 일찍이 소를 농경에 이용해 온 우리 조상들은 서로 머리를 맞대고 힘을 겨루는 소를 통해 마을 간 단합을 하고 이를 즐기기 시작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예로부터 경상남도 진주와 의령, 경상북도 대구와 청도 지역의 소싸움이 유명했습니다.
농경사회에서 필수 가축이던 소는 마을의 생산력을 표했고, 소싸움으로 사람들은 단합하며 화합을 했습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산업구조는 물론이거니와 문화도 변화합니다. 전통문화를 역사로 남길지 산업으로 가져갈지는 그 시대 사람들의 인식에 따라 변화합니다.
이후 소싸움은 일제시대에 들어서고, 경제구조가 농경에서 산업으로 바뀌면서 서민들의 삶 속에서 사라졌습니다.
소싸움이 다시 서민들의 일상에 파고든 건 박정희 정권이 들어선 유신독재시대때 입니다. 독재정권이 국민의 관심사를 돌리기 위한 방책 중 하나로 활용한 것입니다.
소싸움은 1969년 박정희 대통령의 남강댐 준공식 방문을 기념으로 처음으로 관이 주체가 되어 재개됩니다. 이는 다음 독재정권인 전두환 정권 시절의 우민화 정책 ‘3S(스포츠(Sports)·섹스(Sex)·스크린(Screen)’과 같은 맥락으로 국민들의 관심을 돌리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활용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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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소싸움인 본격적으로 문화가 아닌 산업으로 자리잡게 됩니다.
소 주인들은 태어나고 수개월이 지난 송아지들 중 ‘떡잎부터’ 싸움소 기질이 보이는 송아지들을 골라냅니다. 목 주변 근육이 단단하고, 다리가 짧으면서도 앞다리 사이는 넓으며 뿔 사이가 좁은 송아지들은 싸움소로 길러 내기 제격인 조건입니다.
그렇게 선택된 싸움소가 될 송아지들은 혹독한 훈련을 받게 됩니다. 다리에는 콘크리트나 등 무거운 것들로 가득 채운 타이어를 묶고, 목에는 모래주머니를 매단 채 언덕이나 산악을 달리게 됩니다. 심한 경우 지구력을 위해 산비탈을 매달린 채 끌리기도 합니다.
그렇게 600kg~1t 정도의 무게로 자라난 싸움소는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농장과 그 주변을 떠나 처음으로 수송차에 실려 긴 여정을 떠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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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에 도착해 수송차에서 내리더라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시간은 없습니다. 다음날이 바로 경기입니다. 경기 전날 도착한 소들은 몸무게를 측정해 대진표를 작성합니다.
그리고 생전 처음 보는 소들과 낯선 환경에서 밤을 보냅니다. 날이 밝으면 소들은 경기장에 입장합니다.
말을 할 수 없는 소는 몸으로 말합니다. 어마어마한 소음과 처음 보는 경기장의 모습에 어떤 소들은 뒷다리에 힘을 주며 입장을 거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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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싸움소는 살기 위해 상대 소를 들이받습니다. 경기장 마다 규칙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보통은 수백만원의 판돈이 걸려있어 승패가 갈려야만 경기가 끝납니다. 때문에 경기 시간에 제한이 없습니다. 관중석에서는 ‘잘한다’, ‘박아라’, ‘찔러라’, ‘밀어라’ 등의 구호와 함성이 터집니다.
결국 한 마리 소가 패배를 인정해 도망치거나 어디가 부러져 무릎을 꿇거나, 죽어야 경기는 끝이 납니다.
소싸움이 뭔지, 경기의 룰이 어떤 것인지 몇 번의 경험으로 알게 된 어린 소들에게 이제 경기장은 두려움이 아닌 공포의 대상으로 변합니다. 한번 시작된 싸움은 평균적으로 5~7년 간 지속됩니다.
억지로 싸움을 하는 과정 속에서 소들은 큰 스트레스를 수반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혜원 경복대 수의학과 교수는 “소들이 자연에서 싸움을 하는 경우는 무리 내 서열이 불안정할 때나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등 간헐적으로 드물게 발생하는 행동이다. 단순 힘겨루기를 위한 것으로 상대에게 크게 상해를 입힐려는 목적으로 소들이 싸우는 사례는 보고된 바 없다”며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소의 뿔이 상대를 찌르기 위함이라고 생각하지만 뿔이 없을 때에는 머리끼리 직접적으로 부딪혀서 뇌에 충격이 가해져 더 큰 손상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뿔이 이를 예방하기 위한 것으로 진화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기간 동안 싸움소들은 만성적인 관절염이 생깁니다. 관절염만 얻었다면 그나마 운이 좋은 케이스입니다. 싸움 도중 생긴 충돌로 뇌진탕에 빠져 경련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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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많이 한 싸움소들은 근육이 많고 지방이 적어 맛이 없기때문에 값싼 가격에 팔려나갑니다.
이 교수는 “싸움이 시작되고 싸움이 끝나는 것이 인간에 의해 결정이 되기 때문에 소들에게 선택권이 없다. 단순히 사람들이 이를 구경하고 즐겁기 위해서 소들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 옳은 것인지, 타당한 것인지 이 사회가 분명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말합니다.
◇“미래세대 위해서라도 시대흐름 맞는 산업 육성해야”
많은 지자체들은 동물학대 논란 속에서도 그간 소싸움을 진행해온 이유로 “관광객 유입이 많아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생계가 달려있다”고 말해왔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이제 시대에 역행하는 산업을 쥐고있는 것보단 많은 사람들이 원하고 공감할 만한 발전적인 산업 육성을 위해 지자체도 예산과 인력을 활용하는 편이 낫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법조계에서도 억지 싸움을 분명히 동물학대로 금지시키는 가운데 소만 예외로 둔 조항도 시대 흐름 상 점차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박주연 PNR(동물권을 연구하는 변호사단체) 대표이자 법무법인 방향 변호사는 “소싸움도 다른 동물싸움과 마찬가지로 금지되는 동물학대 등 행위에 포함시켜야 마땅하다고 본다. 단순히 즐거움을 위해 동물을 이용하는 행사가 성행하는 현실은 매우 우려스럽다”며 “특히 이는 국제적 추세와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가 생명 존중의 가치에 더 무게를 두는 곳으로 나아가려면 지역 경제나 문화의 방향성도 그에 맞추어 변화해가야 한다. 미래 세대에 대한 교육적 측면에서도 필요한 일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대구 달성군이 ‘소 힘겨루기 대회(소싸움)’에 대해 지자제 중 유일하게 예산을 편성하며 동물보호단체들과 일부 정당에선 “예산을 삭감하라”며 군의회를 압박하고 나섰습니다.
대구 달성군이 아닌 다른 지역의 경우에도 예산이 편성되지 않았다고 바로 소싸움이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경북 청도군의 경우 내년도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지만 소싸움 경기를 주관하는 공사는 소싸움 경기 운영을 자체적으로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당장의 수입이 감소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녹색당과 동물자유연대, 동물권행동 카라, 동물해방물결, 동물과함께행복한세상, 채식평화연대, 대구동물권행동 비긴, 소싸움폐지전국행동와 녹색당동물권위원회, 정읍녹색당, 경북녹색당, 녹색당대구시당, 정의당대구시당, 진보당대구시당, 녹색당대구시당동물권위원회(이하 동물자유연대·녹색당 등)는 지난달 26일 대구시 달성군청 달성군의회 앞에서 달성군 소싸움대회 예산 편성 반대 기자회견을 개최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