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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100일, 이달 대통령 탄핵해야”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입춘(立春)인 4일 오후 5시부터 서울 광화문광장 도심에서 약 40만명(주최측 추산·전국 42만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14차 범국민행동의 날’ 본 집회를 개최했다. 올 들어 지난달 7일 전국 64만여명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참가자들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과 박 대통령의 보수논객 단독 인터뷰,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청와대 압수수색 불발 등에 대해 분노하며 ‘2월 탄핵’을 촉구했다.
김영순 퇴진행동 공동대표는 “오죽 답답하면 박한철 헌재 소장이 ‘3월13일 이전에 탄핵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을까”라며 “3월13일은 너무 늦지 않나, 2월 안에 조기 탄핵 결정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힘 모아줄 것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세월호 수습현장에 참여한 민간 잠수사 황병주씨와 열악한 업무환경에서 일하는 여성 도시가스 검침원들(이선희·장혜경씨), 사드반대투쟁위원회 이제동 부위원장, 최순실씨의 특검 출석 때 일갈한 환경미화원(임모씨) 등이 무대에 올라 발언했다.
지난해 10월 29일 시작한 촛불집회는 오는 5일 100일을 맞는다. 주최 측은 이를 기념해 오후 5시부터 광화문광장의 상황실 천막에서 시민들과 기념 떡 나눔행사를 열었다. 오후 6시 50분쯤에는 경기 분당에 거주하는 조철제씨·김현숙씨 부부 등이 참가자 대표로 기념케익 커팅식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오후 7시 30분쯤 본 집회를 마친 뒤 청와대에서 200m 정도 떨어진 청운효자동 주민센터와 헌재, 총리 공관 등 세 방향으로 행진했다.
앞서 사전집회에선 처음으로 법원과 삼성전자 본사를 직접 찾아 이 부회장의 영장기각 등을 성토했다.
이날 오후 2시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 삼거리에선 주최 측 추산 1500여명이 모인 가운데 ‘모이자 법원! 가자 삼성으로! 박근혜 퇴진! 이재용 구속!’ 사전집회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이후 삼성전자 서초사옥으로 향했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의 이정미 활동가는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을 구속하는 것을 시작으로 더는 반도체 노동자 피해자가 나오지 않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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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보수단체들의 맞불집회도 세를 불리며 목소리를 키웠다.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는 이날 오후 2시 30분부터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과 시청광장 일대에서 헌재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기각과 특검 해체 등을 주장했다.
집회 장소로 연결되는 지하철 시청역 1·2번 출구와 시청 주변은 태극기와 함께 ‘선동탄핵 원천무효’·‘증거조작 특검해체’ 등을 적은 손팻말을 든 중장년층으로 가득했다. 주최 측은 50만명이 모였다고 주장했다.
정광택 탄기국 중앙회장은 이틀 전 생일이었던 대통령을 향해 “지난 대선 때 대통령이 돼 준 것만 해도 나라를 구한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은 집회에 한번 나와달라. 전국민이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이 자리에서 “태극기 물결로 어려움에 빠진 대통령과 위기에 빠진 이 나라를 구해달라”고 호소했다. 새누리당에서 김 의원과 조원진 의원,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이인제 전 최고위원이 모습을 보였다.
주최 측은 당초 이날 집회에 사상 최대의 ‘유모차 부대’가 집결할 것이라고 예고했지만 실제 현장에선 유모차 몇 개 정도만 보였다.
주최 측은 이와 함께 서울광장 한편에 지난달 28일 박 대통령 탄핵 무효를 주장하며 투신해 숨진 박사모 회원 조모(61)씨의 분향소를 세워 추모객을 맞았다. 이후 오후 4시부터 1시간 30분 동안 을지로입구역과 한국은행, 남대문을 거쳐 대한문으로 되돌아오는 행진을 했다.
경찰은 이날 서울 전역에 176개 중대 1만4000여 명의 병력을 투입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두 집회간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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