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랄나노는 탄소 나노튜브같은 차세대 나노 소재를 반도체 칩에 적용할 수 있게 만드는 장비를 개발하는 반도체 장비 기업으로, 최근 스위스 혁신청과 글로벌 벤처캐피털(VC)들로부터 1200만달러(약 176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유럽에서 활동하는 한인 창업 딥테크 스타트업이 현지 투자사로부터 투자를 끌어내는 사례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된다.
이데일리는 카이랄나노의 정서호 대표를 만나 그의 사업 스토리를 들어봤다. 그는 "반도체 산업이 실리콘의 물리적 한계에 가까워지면서 차세대 소재에 대한 논의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탄소 나노튜브 같은 나노 소재를 실제 반도체 공정에 적용할 수 있는 장비를 만드는 것이 카이랄나노의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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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연구에서 시작된 창업…“실리콘 이후 반도체 준비”
정서호 카이랄나노 대표는 탄소 나노튜브 연구를 고등학생 시절부터 시작해 15년 가까이 한 분야를 파온 연구자 출신 창업가다. 그는 용인외국어고등학교 국제반 재학 시절 국내 대학 연구실에 직접 이메일을 보내 연구 참여 기회를 찾았고, 서울대 기계공학부 연구실에서 나노소재 연구를 처음 접했다. 이후 고등학교 재학 기간 내내 방학마다 연구실에서 실험을 이어가며 탄소 나노튜브 연구에 몰두했다.
탄소 나노튜브는 차세대 반도체 소재로 주목받는 물질이다. 반도체 산업은 미세 공정 경쟁을 이어가고 있지만 실리콘 소재는 일정 수준 이하로 작아질 경우 성능이 급격히 떨어지는 물리적 한계에 직면한 상태다.
정 대표의 창업은 한 연구 프로젝트에서 출발했다. 그는 박사 과정 당시 '나노 소재 기반 차세대 반도체 공정 장비 개발'을 목표로 정부 지원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연구팀은 장비 프로토타입을 성공적으로 제작했다. 이후 예상치 못한 반응이 이어졌다.
정 대표는 "연구 결과가 알려지자 해외 연구기관에서 샘플 제작 문의가 들어오기 시작했고 스위스 VC들도 사업화 가능성을 묻기 시작했다"며 "고객과 투자자가 동시에 등장하면서 창업을 고민하게 됐고 성공했을 때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를 고민한 끝에 창업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카이랄나노는 약 10명 규모의 연구팀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공동 창업자들 역시 박사 과정에서 함께 연구했던 동료들이다.
정 대표는 특히 나노 신소재가 차세대 반도체 후보 소재로 거론되지만 이를 실제 공정에 적용할 장비는 거의 없다는 상황에 주목했다. 그는 "실리콘 트랜지스터는 공정이 5~10나노 이하로 작아질수록 성능이 급격히 떨어지며 물리적 한계에 다다른다"며 "탄소 나노튜브는 물질 자체 크기가 0.5~1나노 수준으로 실리콘보다 약 10배 작아 더 작은 트랜지스터 구현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기술 접근 방식도 기존 반도체 공정과 차별화된다. 대부분의 반도체 공정이 플라즈마 기반 화학 공정을 활용하는 반면 카이랄나노는 AI 기반 로보틱 장비로 나노소재를 물리적으로 제어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화학적 공정보다는 물리적으로 소재를 다루는 방식이 소재 품질을 더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유럽 VC가 주목한 딥테크…“한국도 전략 시장”
AI 로보틱스와 반도체의 만남에 유럽 벤처캐피털(VC)들은 열광했다. 이들은 최근 이뤄진 초기 투자 라운드에서 1200만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 2024년 유럽 하드웨어·딥테크 전문 VC인 HCVC와 파운더풀 등으로부터 약 380만달러(약 56억원) 규모의 프리 시드투자를 유치한지 불과 1년 반 만이다.
카이랄나노가 유럽 VC들의 투자를 유치한 배경으로는 시장 규모와 기술 IP가 꼽힌다. 반도체 산업 특성상 소수 대형 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할 경우 기업 가치가 크게 성장할 수 있다는 점 역시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정 대표는 "반도체 산업은 플레이어 수는 많지 않지만 시장 규모가 매우 큰 산업"이라며 "반도체 장비 스타트업은 소수의 대형 반도체 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크게 갈리는 구조다. 여기에 핵심 공정 기술과 IP를 확보한 기업일수록 시장 경쟁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투자자들은 카이랄나노가 단순 기술 아이디어 단계가 아니라 5년 이상 축적된 연구 성과와 장비 프로토타입, 초기 고객을 확보했다는 점에도 높은 점수를 줬다.
이번 투자 유치 과정에는 한국벤처투자도 역할을 했다. 한국벤처투자 유럽사무소가 영국 VC 크레인 벤처 파트너스(Crane Venture Partners) 등 유럽 투자사들과의 연결을 지원했다. 당시 카이랄나노는 이미 다른 VC로부터 텀시트를 받은 상태였지만 크레인은 빠르게 스위스를 방문해 미팅을 진행하며 투자 검토에 나섰다. 정 대표는 "한국벤처투자의 글로벌 VC 프로그램이 해외 투자자들이 한인 창업가들을 주목하도록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카이랄나노는 현재 판매 중인 장비를 기반으로 차세대 장비 개발과 기능 업그레이드를 추진하고 있다. 정 대표는 이를 커피 머신에 비유하며 "현재 장비가 가정용 커피 머신이라면 다음 버전은 카페에서 사용하는 상업용 머신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2~3년 동안은 장비 업그레이드와 고객 확대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현재 카이랄나노 고객은 유럽에 상대적으로 많이 분포해 있지만 반도체 산업의 핵심 시장은 동아시아·미국·유럽 세 지역이다. 그 중 한국에는 반도체 산업 네트워크를 보유한 투자자와 전략적 파트너들이 많기 때문에 향후 협업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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