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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기업이 미국, 한국, 대만 등 42개 우호 국가·지역을 제외한 곳에 첨단 반도체 제조장비 등 신규 규제 품목을 수출하기 위해선 이날부터 경제산업성의 개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우호 국가·지역에 대한 수출은 허가 절차가 간소화된다.
허가 대상은 경산상이 지난 5월 새롭게 지정한 23개 품목으로, 극자외선(EUV)·액침 노광장비 제작에 필요한 설비나 식각장치(에칭장치·반도체 원판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깎아내는 장치)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들 장치는 10~14㎚(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의 로직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장비라고 닛케이는 설명했다.
이는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일본 정부가 올해 초 미국의 요청으로 네덜란드와 함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에 동참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조처다. 미국은 작년 10월 슈퍼컴퓨터나 인공지능(AI)에 사용하는 첨단 반도체 및 특정 제조장비 등에 대해 대중 수출로 규제를 강화했다. 이들 첨단 반도체가 군사 장비에 전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다는 명분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반도체 산업에서 중국이 주도권을 잡지 못하도록 견제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중국이 일본으로부터 수입하는 반도체 제조장비는 지난해 전체 수입액의 약 30%를 차지했다. 이에 중국 반도체 업계에선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보다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45㎚급 범용 반도체 생산까지 차질이 빚어질 수 있어서다. 범용 반도체 수급이 어려워지면 첨단 제품은 물론 가전제품과 자동차까지 줄줄이 타격을 입는다. 일본 국제문제연구소 다카야마 요시아키 연구원은 “중국은 적어도 단기·중기적으로 최첨단 반도체를 제조하는 것이 거의 절망적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닛케이는 일본 기업들이 규제 강화를 예상해 이미 첨단 장비 수출을 자체 제한했고 있던 데다, 구형 반도체용 장비 수요가 여전히 견조해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중국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은 지난 5월 미국 마이크론의 제품에 대한 구매를 금지했고, 8월부터는 첨단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 통제를 예고했다. 추가 보복도 시사하고 있다.
닛케이는 “일본은 질화갈륨을 사용한 반도체 소재 분야에서 강점이 있는데, 중국의 질화갈륨 수입이 중단되면 새로운 조달처를 찾아야 한다”며 “중국의 추가 대응에 따라 반도체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커질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네덜란드 역시 오는 9월 1일부터 일본과 유사한 수준의 새로운 규제를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네덜란드의 ASML은 EUV 노광장비를 독점 공급하고 있으며, 심자외선(DUV) 분야에서도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