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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올리가르히에 횡제세 4.5조원 징수 추진…전쟁자금 목적

방성훈 기자I 2023.06.14 09:27:37

러 정부, 3000억루블 횡제세 부과 법안 초안 공개
서방 제재로 정부재정 구멍…상반기 52조원 적자
전쟁으로 막대한 이익 거둔 올리가르히 대기업 타깃
러 정부 "애국심에 자발적으로 추가 세금 납부" 주장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횡제세’를 징수할 계획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AFP)


1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이날 2021년부터 연간 10억루피아 이상의 순이익을 거둔 기업들을 대상으로 횡제세를 부과, 3000억루블(약 4조 5000억원)을 모금하는 내용의 법안 초안을 공개했다. 순이익의 최대 10%를 일회성 세금으로 징수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치르며 부족해진 정부 재정을 메우기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러시아 정부는 서방의 제재 및 국방 지출 급증으로 올해 상반기 3조 4100억루블(약 51조 7000억원)의 재정적자를 기록했다. 석유·가스 수출업체들이 내는 세금이 러시아 정부 재정의 약 45%를 차지하는데, 이들 기업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막대한 이익을 얻었기 때문에 추가 세금을 물리겠다는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과두재벌, 일명 올리가르히가 소유한 기업들이 실질적인 타깃이 될 전망이다. 올리가르히는 옛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가 자본주의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경제를 장악한 신흥재벌을 뜻한다. 올리가르히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의 집중적인 제재 대상이 되고 있다.

러시아 고위 관료는 이번 세금 징수 계획은 정부가 강제한 것이 아닌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내놓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드레이 벨루소프 제1 부총리는 이날 러시아 경제지인 RCB와 인터뷰에서 “올리가르히가 애국심으로 이익을 포기하고 추가 세금 납부를 자원했다”며 “그들은 영리하며 2021년과 2022년에 엄청난 초과 이익을 거뒀다는 것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로 러시아의 가스 독점기업인 가스프롬의 경우 기록적인 이익을 거둔 만큼, 향후 3년 동안 1조 8000억루피아를 추가로 지불할 예정이다. 가스프롬은 푸틴 대통령의 오랜 친구로 알려진 올리가르히 알렉세이 밀레르가 경영하고 있다.

FT는 “횡제세를 통해 거둬들인 세금이 곧바로 우크라이나 전쟁자금으로 사용되진 않을 것”이라며 “이번 세금 부과는 경제에 대한 정부 통제력을 강화하려는 측면도 있다. 러시아 대기업들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지난 수개월 동안 일부 올리가르히가 횡제세 축소를 위해 로비에 나서는 등 내부적으로 논쟁의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러시아 정부는 2018년에도 광산, 금속, 화학 대기업을 대상으로 횡제세 부과를 시도한 바 있다. 다만 당시엔 기업들의 주가가 폭락해 계획을 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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