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는 2018년 카카오톡으로 모바일 시대에 진입한 시기를 ‘1.0’, 사업 확장을 ‘2.0’, 계열사 간 시너지와 글로벌 진출을 ‘3.0’으로 규정했다. 이번 인적분할은 확장에서 ‘분리와 집중’으로 성장 방식을 바꾸는 이른바 ‘카카오 4.0’에 해당하는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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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성장사의 뿌리에는 김범수 창업자의 ‘100명의 CEO’ 철학이 있다. 각 사업 경영자에게 자율성을 부여해 스타트업처럼 독립적으로 키우는 방식이다. 게임·금융·콘텐츠·모빌리티로 빠르게 영토를 넓힌 ‘공동체 경영’의 기반이 됐고, 공정거래위원회 기준 국내 계열사는 2023년 5월 147개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비핵심 사업 정리와 통폐합으로 올해 8월 92개까지 줄었다.
그러나 확장에 효과적이었던 구조가 AI 시대에는 본체의 집중력을 떨어뜨렸다는 게 카카오의 판단이다. 최근 5년 이사회 주요 의사결정의 85%인 23건, 최근 1년 내부 투자 심의의 84%가 자회사 관련이었다. 김도영 카카오X 대표 내정자는 “카카오 본체의 경영 자원들은 상당 부분 중요한 일이 아닌 급한 일에 쓰였다”고 말했다.
이에 톡·AI·광고·커머스는 카카오AI에 묶고 계열사 관리와 투자는 카카오X로 떼어낸다. 카카오AI는 2030년 매출 6조원 이상, 카카오X는 주요 사업 매출 10조원 이상을 목표로 제시했다. 김 내정자는 “지금 시점을 놓치면 안 된다는 절실함이 있었다”며 AI 경쟁의 골든타임을 강조했다.
AI 시대의 조직 해법은 기업마다 다르다. 네이버도 네이버클라우드와 AI 인프라 전문법인 등 기능별 법인을 두지만 검색·쇼핑·지도 등 핵심 서비스를 중심으로 본체를 유지하며 ‘팀네이버’로 연결한다. 카카오는 한발 더 나아가 이미 별도 법인인 금융·콘텐츠·모빌리티를 관리하는 투자 기능까지 카카오X로 넘겨 본체 자체를 두 회사로 나눈다.
구글은 브레인과 딥마인드를 ‘구글 딥마인드’로 통합하고 모델 개발과 제미나이 앱 조직을 가까이 붙였다. 메타는 라마4 이후 AI 조직을 다시 재편했고, 애플은 자체 AI 개발과 함께 차세대 시리에 구글 제미나이를 활용하는 외부 협력까지 택했다. 법인을 합치고 나누는 형식보다 기술과 제품을 얼마나 빠르게 연결하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속도 얻지만 협업비용·저평가는 숙제
카카오식 분할의 이점은 명확하다. 카카오AI는 자회사 현안에서 벗어나 AI에 자원을 집중하고, 성격이 다른 AI와 금융·콘텐츠·모빌리티도 각각 시장에서 평가받을 수 있다. 카카오가 집계한 개별 사업 가치 합계는 34조2000억원인 반면 최근 3개월 평균 시가총액은 16조8000억원으로 17조4000억원 차이가 난다.
물적분할 대신 기존 주주가 카카오AI와 카카오X 주식을 모두 받는 인적분할을 택한 것도 과거 ‘쪼개기·중복상장’ 논란과 선을 긋기 위해서다. 하지만 시장은 과거 경험에 먼저 반응했다. 발표 당일인 21일 카카오 주가는 7.49% 내린 3만5800원에 마감했고, 장중 13.18% 떨어진 3만3600원까지 밀렸다.
법인을 나눈다고 사업 경계까지 깔끔하게 갈리는 것도 아니다. AI·클라우드 사업을 하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사업 성격상 카카오AI와 가깝지만 적격 분할 요건 때문에 우선 카카오X에 편입된다. 카카오는 향후 카카오AI로 이관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카카오톡과 페이·모빌리티·엔터테인먼트 간 브랜드·데이터·인프라 공유 역시 분할 뒤에는 별도 법인 간 계약과 정산이 필요하다. 그룹 컨트롤타워격인 CA협의체도 사라지는 만큼 자회사 관리 비용을 줄이는 대신 법인 간 협업·조정 비용이 새로 생길 수 있다.
카카오X의 저평가도 과제다. 보유 자회사 가치가 커져도 카카오X 주가에 온전히 반영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김 내정자가 카카오X 핵심경영지표(KPI)로 자회사 자산가치 성장과 순자산가치(NAV) 대비 시장가치 할인 축소를 함께 제시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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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의 창사 이래 최대 구조개편에서 눈에 띄는 인물은 김 내정자다. 삼성SDS와 삼성증권 M&A팀장·기업금융2그룹장, 코오롱모빌리티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을 거쳐 지난해 3월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대표로 외부 영입됐다. 올해 2월에는 CA협의체 그룹투자전략실장을 맡았다.
카카오 합류 1년여 만에 투자 전략을 넘어 지배구조 재편의 중심에 선 것이다. 카카오는 지난 21일 그를 “분할 검토와 실행 준비를 주도해온 인물”로 소개했다. 약 1시간 설명회에서 김 내정자는 34분가량 발언했고 질의응답 약 19개 가운데 15개를 맡았다.
‘카카오 4.0’의 성패는 자회사 관리 부담을 덜어낸 효과를 실제 AI 서비스 출시와 수익화 속도로 증명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이번 분할은 카카오가 AI 시대에 맞는 속도와 책임의 구조로 전환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김범수 창업자도 “AI 시대는 차원이 다른 민첩함을 요구한다”며 “카카오AI와 카카오X 두 개의 엔진으로 성장 구조를 재설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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