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유림 기자] “간지 나잖아요”, “멋있기도 하고 스릴을 느끼려고 타요”
지난 6일 서울 마포대교 아래 자전거도로에서 만난 중학생 무리는 픽시 자전거의 매력으로 단번에 ‘간지’와 ‘스릴’을 언급했다. 인근에 ‘앞뒤 브레이크 없는 픽시 자전거 도로 주행 금지’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브레이크 없는 주행이 하나의 ‘문화’처럼 자리 잡았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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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재(15) 군은 “친구들이 많이 탄다. 반에 많으면 6명, 적어도 1~2명은 탄다”며 “고정기어라는 게(픽시 자전거의 특징이기 때문에) 일반 자전거보다 더 재미있는 요소”라고 말했다. 손유준(14) 군도 “1~2년 전부터 많이 타기 시작했다”며 “친한 친구들은 다 탄다. 픽시 자전거 때문에 친해진 친구들도 많다”고 말했다. 픽시 자전거가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청소년들 사이의 소통 창구이자 놀이 문화로 자리 잡은 셈이다.
픽시 자전거는 기어가 고정된 단일 기어 자전거로 페달과 바퀴가 직접 연결된 구조다. 경륜 경기용 자전거에서 유래했으나 가벼운 차체와 세련된 디자인, 빠른 속도감 덕분에 10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문제는 제동장치다. 시중에는 브레이크를 장착한 상태로 판매하지만 일부 청소년들은 미관상 보기 좋지 않거나 스릴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제동장치를 제거해서 이용한다. 경찰 단속이 잦아지면서 ‘가짜 브레이크’ 꼼수까지 등장했다. 현장에서 만난 학생들은 “브레이크 잡는 레버는 달려 있지만 실제 선이 제대로 연결되지 않은 가짜를 쓰기도 한다”며 “겉보기엔 구분이 안 가지만 막상 레버를 누르면 아무 저항 없이 쑥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제동장치가 없는 픽시 자전거는 제동 거리가 일반 자전거보다 훨씬 길고 급제동이 사실상 불가능해 돌발 상황 대처가 어렵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고등학생(18)은 “앞을 제대로 안 보고 달리다 학교 앞에서 트럭에 박아 자전거가 반토막 나고 뇌진탕 증세까지 겪었다”며 “그 이후로는 픽시 자전거를 이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해 8월에는 내리막길에서 픽시 자전거를 타던 중학생이 에어컨 실외기에 부딪혀 사망하기도 했다.
시민들의 불안감도 높다. 트레일러에 어린아이를 태우고 여의도 한강공원을 찾은 40대 여성은 “픽시 자전거 속도가 너무 빨리 위험하게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자전거 대여소 관리인(68) 역시 “경고판을 붙이고 단속을 자주 해 예전보다는 줄었지만 여전히 계도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중순부터 올해 2월 말까지 전국에서 진행된 픽시 자전거 단속 건수는 총 728건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 중 실질적인 즉결심판 청구로 이어진 사례는 만 18세 이상과 미만 각각 2건씩, 총 4건에 불과했다. 나머지 724건은 모두 부모 계도 및 경고 처분에 그쳐 실효성 있는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픽시 자전거의 법적 지위가 불분명해 단속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현재 국회에서는 법 개정을 진행 중이다. 픽시 자전거를 법적 자전거 범주에 명확히 포함시키고 불법 개조 자전거의 도로 주행을 금지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불법 개조한 자는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불법 개조 자전거를 운행해도 5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다만 법이 개정되더라도 사각지대는 여전히 존재한다. 픽시 자전거의 주 이용자가 청소년인데 정작 만 13세 미만 어린이의 경우 벌칙 등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이는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PM)를 만 13세 미만 어린이가 운전할 경우 보호자에게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한 규정과 비교해 차이가 있다. 경찰 관계자는 “향후 미흡한 부분이 있다면 추가로 법을 개정하는 후속 조치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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