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왜 아이를 낳아야 하나요

장영은 기자I 2025.01.29 08:23:01

저출생, 사회 문제 넘어 국가 소멸 위기까지 거론
합계출산율 0.75명 ''기대''…2018년 이후 1명 미만
사회 변화에 구조적 문제까지 얽혀 있어
''왜 낳지 않느냐'' 윽박보단 ''낳고 싶도록'' 만들어야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둘째는 안 낳을 거니?” “혼자는 외로운데” “아들(딸)이 있으면 딸(아들)도 하나 있으면 좋은데” 자녀가 하나일 경우 듣게 되는 명절 잔소리 단골 메뉴다. 자녀가 아예 없을 경우엔 당연히 “아이는 언제 가질 거니?” “너무 늦으면 키우기 힘들다”와 같이 출산을 종용하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조금 더 나아가면 “어른이 둘인데 둘은 낳아야지” “요즘 애들은 이기적이어서 자식도 안 낳는다(혹은 자기밖에 모른다)”는 식의 국가 존속을 논하고 세대 갈등을 초래할 수 있는 담론으로 가기도 한다.

(사진= 뉴스1)


이같은 걱정 어린 조언과 충고는 결혼한 성인이 아이를 낳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에서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은 더이상 반드시 달성해야 할 인생의 과업이 아니다. 올해 설을 앞두고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던 ‘명절 잔소리 메뉴판’(명절 단골 잔소리 별로 가격을 책정한 것)에서도 자녀계획과 관련된 질문은 단가가 높다. 그만큼 임신·출산이 어려운 결정이자, 남에게 참견 받고 싶지 않은 영역이 됐다는 뜻이다.

여성 1명이 가임 기간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은 이런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1980년대 초반만 해도 두명을 넘었던 합계출산율은 2018년 처음으로 한명을 밑돈 이후 빠른 속도로 떨어지면서 2023년 0.72명을 기록했다. 어른 200명(100쌍)에 아이가 72명 꼴이라는 이야기다. 지난해 0.75명으로 9년 만에 반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추세적인 전환으로 보긴 힘들다는 것이 중론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저출생의 원인을 찾는 논의가 활발하다. 우선 여성의 교육 수준이 높아진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여성들의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사회생활이 활발해지면서 출산율이 낮아지는 것이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보편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임신을 하는 주체가 여성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아이를 낳아 키우는 일에 그만큼 시간을 포함해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역으로 말하면 일하는 여성들이나 맞벌이가 필요한 부부들은 아이를 낳는 것을 망설일 수밖에 없다.

(사진= 연합뉴스)


우리나라에선 사교육에 대한 부담도 출산을 꺼리는 대표적인 이유다. 평생 벌어도 내 집 장만조차 쉽지 않은데, ‘한달에 100만원은 기본’이라는 사교육비 부담은 부모가 될 능력에 대해 자문하게 되는 장애물이 된다. 비용 만이 문제는 아니다. 유명 학원을 다니기 위해서는 부모의 라이딩(학원을 데려다 주고 데리고 오는 것)이 필수다. 걸어서 그런 학원을 다닐 수 있으려면 전국에서 집값이 가장 비싼 소위 ‘학군지’에 살아야만 가능하다. 학벌주의와 대학서열화가 공고한 우리 사회에서 사교육을 시키지 않은 것은 곧잘 부모의 소신보단 무관심이나 방치로 치부되곤 한다.

아이를 낳아서 좋은 점은 낳아봐야 알지만, 낳아서 힘든 일, 고민해야 할 일은 듣기만 해도 머리가 아플 정도다. 우리 사회가 구조적으로 부모가 되는 일에 대한 진입 장벽을 높여 놓은 셈이다. ‘왜 아이를 낳지 않느냐’고 다그치기보단 ‘왜 아이를 낳아야 하느냐’에 대한 답을 함께 찾는 것이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저출생을 개인의 이기심이나 당장의 비용 문제로 치부하기보단 아이를 낳아서 키울만한 사회 제도와 구조를 만드는 것이 먼저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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