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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이종 결합의 중심에는 2024년 한국야구위원회(KBO)와 티빙이 체결한 중계권 계약이 있다. 10여 년간 이어진 포털 중심의 무료 중계 시대의 막을 내린 이 계약은 처음엔 성공에 대한 의구심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시장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KBO는 2년 연속 1200만 관중을 돌파했고, 티빙은 스포츠를 전면에 내세워 흑자 전환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단순한 중계 플랫폼의 이동을 넘어, 새로운 ‘팬덤 이코노미’(Fandom Economy) 생태계가 만들어졌기에 가능했던 결과다.
티빙의 KBO 중계 후 서로 다른 두 팬덤의 ‘크로스오버’ 현상은 뚜렷했다. 전체 야구 관중의 57%를 차지해 주류가 된 2030 여성들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고스란히 옮겨와 티빙 KBO 중계의 여성 이용자 비율은 43%로 높아졌다. 이들은 경기가 없는 시간대에 자연스레 예능과 드라마를 시청했다. 기존 티빙 가입자들은 야구팬으로 신규 유입됐다. 프로야구 시즌이 개막한 4월 티빙의 일간 활성 이용자 수(DAU)는 189만 명으로, 전월 대비 17.2% 늘었다. 주 6일 열리는 야구의 강력한 ‘락인’(Lock-in) 효과 덕이다.
스포츠 소비의 방식도 획기적으로 바뀌었다. 과거 포털 시절 엄격히 금지됐던 중계 영상의 2차 가공을 티빙이 허용하면서 40초 미만의 숏폼 영상과 재치 있는 ‘밈’(Meme·온라인 유행 게시물)들이 소셜 미디어를 장악했다. 알고리즘을 타고 퍼진 밈 문화는 야구를 모르는 이들까지 야구장으로 이끄는 강력한 마중물이 됐다.
팬덤형 소비 관중들은 야구 소비 방식에도 변화를 일으켰다. 야구 굿즈가 단순한 응원 도구를 넘어 하나의 ‘팬덤 패션’(상품 구매를 통해 팬 정체성을 드러냄)으로 자리 잡으면서 현대백화점의 프로야구 구단 팝업스토어는 26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프로야구 한 시즌의 경제효과는 1조 1121억 원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스포츠 지식재산권(IP)이 그 어떤 유통 브랜드보다 강력한 모객 수단이자 경제적 파워를 지니게 된 것이다.
유료화에 따른 ‘보편적 시청권’ 우려는 있지만, 플랫폼의 대규모 투자는 곧 고품질 서비스라는 혜택으로 팬들에게 돌아갔다. 최대 6경기를 동시에 보는 ‘멀티뷰’, 이동 중에도 들을 수 있는 ‘오디오 모드’, ‘타임머신’ 기능 등 전에 없던 새로운 스포츠 중계 시청 경험이 도입됐다. 더불어 신규 가입자의 약 39%가 선택한 광고형 요금제(AVOD)는 시청자의 가격 저항을 성공적으로 낮췄다는 평가다.
KBO와 티빙의 만남은 스포츠와 OTT가 만나 어떻게 상생할 수 있는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과거 포털이 제공하던 무료 중계는 쉬운 접근성이 장점이었지만, 스포츠를 고립된 전통적 생태계에 머물게 하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OTT와 결합한 야구는 스포츠 지식재산권(IP)의 가치와 팬 경험의 질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특히 숏폼 2차 가공의 전면 허용 등으로 2030 여성이라는 신규 시장을 개척하고 팬덤 경제의 파급력도 창출했다.
티빙도 오리지널 콘텐츠에만 의존하던 불안정한 트래픽 모델에서 탈피해 일상형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와의 생존경쟁에서 독자적인 경쟁력도 확보했다. 스포츠와 OTT, 너무나 이질적이었던 두 세계의 결합이 만들어 낸 눈부신 경제적 시너지 효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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