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 "자포리자 원전 주변에 안전보호구역 설정해야"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원전)를 사찰한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원전 주변에 즉각 안전보호구역을 설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6일(현지시간) 유엔 안보리 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자포리자 원전 사찰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 AFP)

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IAEA는 자포리자 원전 시설이 물리적 무결성을 유지하면서 직원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원전 일대에 대한 포격을 즉시 중단하고 안전보호구역을 설정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유엔과 우크라이나가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원전 일대 비무장화 주장과 비슷한 내용이다.

전문가로 구성된 IAEA 사찰단은 지난 1일 자포리자 원전에 도착했으며, 원전의 안전성과 직원들의 상태 등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

IAEA는 보고서를 통해 “최근 있었던 포격은 아직 핵 비상사태를 촉발하지 않았지만 원자력 안전과 안보에 대한 지속적인 위협일 뿐 아니라 중대한 안전 기능에 잠재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방사능 유출 등 핵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포리자 원전 단지에서는 시설에 대한 물리적인 손상은 아직 없지만 인근에서 발생하는 포격과 화재 등으로 원자로가 전력망에서 차단되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외부 전력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원전 내 냉각 시스템이 손상될 경우 원자로 노심이 녹아 내리는 ‘원자로 노심용융’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경고다. 노심용융이 발생하면 핵 물질이 외부로 노출되는 위험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 이 같은 사찰 결과를 화상으로 보고하면서 “우리는 지금 불장난을 하고 있다. 매우 파멸적인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라고 우려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사찰단의 자포리자 원전 현장 방문에 동행하기도 했다.

IAEA 사찰단은 또 △원전 내 주차된 러시아군 장비 △근로자들에게 위험이 되는 시설 손상 △발전소 냉각 연못을 포함한 특정 시설에 대한 접근 제한 등을 목격했다고 보고했다. 원전 직원들은 사용후 핵연료 보관 시설에 갈 때도 러시아군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하는데 비상사태 발생시 신속한 대응이 어렵다고 IAEA는 지적했다.

아울러 보고서에는 원전 직원들이 높은 스트레스와 압박을 받고 있어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적절한 작업 환경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도 있었다. 현재 자포리자 원전은 러시아의 점령 아래 우크라이나 국영 원전회사 에네르고아톰 운영하고 있다.

한편, 러시아는 단일 규모로 유럽 최대 원전인 자포리자 원전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인 지난 3월 초 탈취했다. 전쟁 이전까지 자포리자 원전은 우크라이나 사용 전력의 5분의 1가량을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 (사진= AF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