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 영국개혁당(Reform UK)이 지난주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잉글랜드 지방의회의 경우 의석의 29%, 1450여 석을 차지했다. 4년 전 단 2석과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반면 집권 노동당은 약 1500석을 잃어 1068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제1 야당 보수당도 560여 석을 내주고 801석만을 얻었다. 이번 선거는 영국 정치를 지배해 온 노동·보수당 양당 체제에 심각한 균열이 발생했음을 보여준다. 선거 전문가인 존 커티스 스트래스클라이드대 교수는 BBC 기고에서 “영국 정치가 조각이 났다”고 말했다.
영국개혁당은 7년 전 창당한 브렉시트당을 뿌리로 한다. 2020년 초 브렉시트가 정식으로 이뤄지자 나이절 패라지 대표는 당명을 개혁당으로 바꾼 뒤 강경 우파 정책으로 민심을 공략했다. 순이민자 제로 이민(Net Zero Immigration) 정책이 대표적이다. 이는 매년 영국을 떠나는 이민자 수만큼만 새 이민자를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개혁당은 이슬람 등 다문화주의 수용에도 부정적이다. 이 때문에 패라지 대표는 ‘영국판 트럼프’로 불린다. 가디언지는 개혁당이 노인층, 낙후지역, 저학력층에서 폭넓은 지지를 얻었다고 분석했다.
영국의 지방선거 결과를 침소봉대할 필요는 없다. 지방선거 민심이 수년 뒤 있을 차기 총선까지 이어질 것이란 보장도 없다. 개혁당의 급부상을 유럽 강경 우파의 승리로 보는 것도 무리가 있다. 실제 지난달 실시된 헝가리 총선에선 ‘유럽의 트럼프’ 오르반 빅토르 총리가 참패했다. 대신 창당한 지 몇 년 안 된 티서당이 반러시아, 친EU 정책을 앞세워 오르반의 장기집권을 종식시켰다.
어느 나라든 유력 정당이라도 민심의 흐름을 놓치면 유권자의 선택을 받을 수 없다. 불과 2년 전 총선에서 영국 노동당은 절반을 훌쩍 웃도는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지방선거에서 참패하자 키어 스타머 총리 퇴진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또한 수백 년 역사를 자랑하는 영국 보수당이 직전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잇따라 존재감을 상실한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내달 한국에서도 지방선거가 실시된다. 영국의 지방선거 결과는 양당 체제가 공고한 한국 정치에도 시사하는 바가 없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