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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슨은 전자상거래 결제 시스템 기업 ‘브레인트리’(Braintree)의 창립자로, 2013년 해당 기업을 페이팔(PayPal)에 8억 달러에 매각했다. 이후 그는 뇌 영상 기술을 연구하는 스타트업 ‘커널’(Kernel)을 설립했지만, 최근 몇 년 동안 노화 방지 및 수명 연장 프로젝트 ‘프로젝트 블루프린트’(Project Blueprint)로 더욱 유명해졌다.
그는 자신의 몸을 최상의 신체적 상태로 유지하며 영생을 꿈꾸는 실험에 수백만 달러를 쏟아붓고 있다. 들이는 비용은 연간 200만 달러에 달하는데 그가 억만장자이기에 가능한 얘기다. 그의 ‘불사의 꿈’ 뒤엔 의사와 과학자를 비롯한 전문가 군단이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그의 노력을 다룬 다큐멘터리가 최근 넷플릭스에서 ‘브라이언 존슨: 영원히 살고 싶은 남자’ 제목으로 공개됐다. 그의 하루를 들여다보면 숨이 턱하고 막혀올 정도다. 존슨은 매일 수십 개의 영양제와 약물을 삼키고 샐러드 위주의 식사를 하며, 매일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등 100여 가지 루틴을 통해 자신의 몸을 최적화하려 애쓴다.
존슨은 기존의 한계를 뛰어넘는 혁신가로 그려졌다. 그는 “천재란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목표를 맞힐 수 있는 사람”이라고 규정한다. 그러면서 노화와 죽음은 단순한 생물학적 필연성이 아니라 ‘해결 가능한 문제’로 간주한다.
존슨의 실험 결과 얼핏 보면 효과도 있어 보인다. 실험을 시작하고 2년 사이 존슨의 신체 나이는 5.1년 어려졌고, 노화 속도는 늦춰져 남들이 1살 먹을 때 존슨은 0.69살만 늙게 됐다. 몸도 외모도 이전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젊게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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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존슨의 발상이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라며 그의 철학은 과거 수십 년간 유행했던 각종 다이어트와 건강 트렌드의 재탕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인간은 오랫동안 노화와 싸워왔으며, 현대에는 거대한 웰니스 산업과 반(反) 노화 의학이 이를 상업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존슨의 모습은 민간 의료 시스템 또한 노화 방지 기술을 부유층의 전유물로 만들면서 건강과 젊음을 유지하는 것이 곧 특권이 되는 구조를 강화하고 있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그는 직접 먹는 올리브오일, 영양제 등을 판매하며 수익을 챙기기도 한다.
존슨은 노화 방지 연구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는 ‘테크 브로(Tech Bro)’ 부유층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실제 페이팔 공동창업자인 피터 틸과 같은 실리콘밸리 억만장자들도 노화 방지 및 인체 개조 기술에 투자하고 있으며, 이 분야는 점점 더 ‘우생학(eugenics)’과도 가까운 위험한 영역으로 향하고 있다. 이는 “특권층만이 더 나은 인간이 될 수 있다”는 논란을 일으키며, 과학 기술이 인간의 평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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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존슨의 실험은 단순한 건강관리를 넘어 과학적 윤리에 대한 중요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의 아들의 피를 정기적으로 수혈받았다는 점에서다. 최근 다큐멘터리에도 소개된 라파마이신 복욕을 중단했는데 그의 몸에 오히려 해를 끼쳤기 때문이다. 이는 원래 장기 이식 거부를 예방하는 면역 억제제로 사용됐고, 특정 암과 같은 희귀 질환의 치료제로 사용된 약물이다.
존슨의 실험은 최근 데미무어가 주연으로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받은 영화 ‘서브스턴스’의 실사판으로도 주목받았다. 한물간 여배우가 신비로운 물질을 이용해 자신보다 젊고 아름다운 도플갱어를 만들어 내는데 그는 영원한 젊음을 얻기 위해 필사적이지만, 그 과정에서 기쁨도 만족도 찾지 못한 채 점점 더 황폐해져 간다.
존슨도 자신의 삶에서 가족과 신앙, 인간관계를 잃은 뒤 끝없는 실험과 금욕적인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그의 최후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현재까지 그의 실험은 성공이라기보다 불멸을 꿈꾸는 불행한 인물처럼 보인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더 크다. “죽지 않아”는 구호처럼 존슨은 죽음을 피하려고 애쓰고 있지만, 그는 정말 살고 있는 것일까에 대한 의문은 계속 이어진다. 그의 노화 방지 실험이 어디로 향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