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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8시58분께 흰색 셔츠에 분홍색 넥타이를 매고 회의실에 도착한 이 총재는 위원장 자리에 착석해 취재진 요청에 따라 의사봉을 여섯 차례 두드렸다. 이 총재는 촬영이 끝난 직후 마지막 금통위 회의에 참석하는 조윤제·서영경 위원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 총재는 “마지막 금통위니까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며 “여러분 앞에서 수고하신 두 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날 회의실은 취재진을 비롯한 60여명의 사람들로 꽉 찼지만, 분위기는 엄숙했다. 집행간부들과 금통위원들은 목례만 할 뿐 평소에 들리던 잡담 소리가 일절 들리지 않았다.
앞서 오전 8시52분 유상대 부총재가 금통위원 중 가장 먼저 회의실에 도착했다. 곧이어 장용성 위원이 도착해 유상대 부총재와 가벼운 인사를 나눴다. 3분 뒤 신성환 위원이 도착했고, 곧바로 황건일 위원과 조윤제·서영경 위원이 회의실에 입장하며 금통위원들의 착석이 완료됐다.
이날 조윤제 위원이 한 ‘뼈 있는’ 농담은 현재 우리 경제 여건을 대변한다. ‘물가안정’을 우선 목표로 두고 있는 한은이지만, 물가가 여전히 잡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두 달 연속 3%대를 기록하고 있고, 기대인플레이션율도 5개월 만에 반등하는 등 물가가 안정됐다는 확신이 들기 어려운 시점이다. 더군다나 국제유가는 배럴당 90달러, 원·달러 환율은 1360원대까지 치솟았다. ‘매파’(긴축 선호) 성향으로 분류되는 조 위원에겐 추가 긴축이 필요하다는 농담을 던질 상황인 것이다.
이번 금통위의 핵심은 이날 오전 11시10분께 진행되는 통화정책방향 설명회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현 수준(연 3.5%)에서 동결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이 총재와 금통위원들이 현재 국내외 여건을 어떻게 판단하고 있고 앞으로 어떻게 통화정책을 운영할지를 언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시장 기대는 한은이 오는 7월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기대를 어떻게 관리할지도 주목된다. 시장 예상대로 7월 금통위에서 금리를 인하한다면, 금통위원들의 3개월 시계 구두 포워드 가이던스에서 금리 인하 의견을 내는 위원들이 나타나야 한다.
한은은 기준금리 결정 결과를 이날 오전 10시를 전후해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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