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가 오르면서 에너지 기업들이 선전, 실적을 떠받쳐 줬고, 서브프라임이란 악재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기술주 일부가 시장 분위기를 주도했다. 여기에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연이어 금리를 내리며 불쏘시개 역할을 해준 덕이 컸다.
그렇다면 2008년 미국 증시는 어떻게 움직일까. 또 영국 등 유럽 주요국 증시의 움직임은 어떠할까.
◇美증시 경제 불확실성 직면..변동성 높을 듯
미국 증시를 둘러싼 펀더멘털 환경은 열악한 편. 그야말로 짙은 안개 속이다. 주택시장 침체와 신용시장 악화, 달러 약세에 소비 둔화까지 별로 좋을 재료가 없어 보인다.
따라서 일단 주식이든 현금이든 `들고 있으라`는 조언이 먼저 튀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경기후퇴(recession) 가능성이 어느 정도 현실화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존슨 일링튼 어드바이저스의 회장인 휴 존슨은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당분간 관망세를 갖는 게 좋다"고 말했다.
해리스 프라이빗 뱅크의 잭 어블린 수석 투자가는 "대세는, 미국 경제가 후퇴할 것에 대한 여부에서 이 강도가 얼마나 될 것인가로 옮겨졌다"면서 "대통령 선거 역시 건강복지에 대한 정책이 어떻게 갈 것인가를 놓고 시장에 불확실성을 가져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현재도 높은 수준인 변동성이 내년에 더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변동성은 통상 주식 시장의 움직임을 저해하는 요소.
시카고 옵션거래소(CBOE)가 측정하는 변동성 지표 VIX(Volatility Index), 일명 `두려움 지수`는 현재 20선. 지난해 8월 신용위기가 극에 달했을 때 37.50까지 오르기도 했다.
크레디트 스위스(CS)의 주식 파생상품 스트래티지스트 에드워드 톰은 "올해에도 변동성은 높은 수준일 것"이라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장이 더 커져 신용카드, 자동차 할부금융 시장 등까지 퍼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브프라임 자유지역 `IT株` 노려라
하지만 그렇다고 비관론만 가득한 건 아니다.
위험 요인이 상존하고는 있지만 서브프라임에서 파생한 이런 변수들이 이미 주가에 선반영된 측면이 있고, 2007년 선전했던 정보기술(IT)주나 헬스케어 주들이 올해에도 활발한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엔 이견이 없는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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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블루칩 중심 다우존스 지수가 7%, 대형주 중심의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S&P)500 지수 상승률이 4%에 불과한 반면, 나스닥 지수 상승률이 11%로 두 자리수에 달한 것이 이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
LPL파이낸셜 서비스의 제프리 클레인탑은 IT 등 성장주에 `비중확대(overweight)` 투자의견을 내고 있다. 장기적인 전망치에 기반해 볼 때 주가수익률(PER)이 낮아 매력적이란 설명이다.
제프리즈&Co.는 소프트웨어 제공업체 VM웨어를 추천하고 있다. 올해도 전체적으론 IT 지출이 크게 늘어나진 않겠지만, 버추얼라이제이션(virtualization) 기술에서 선도적이어서 틈새 시장을 뚫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옵트로네틱스의 수석 스트래티지스트 톰 장틸은 애플과 구글을 추천종목으로 든다. 두 종목은 지난해에도 눈에 띄는 상승세를 보인 종목들이지만, 더 오를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강조한다. 관련기사 ☞ 올해 美증시 이끈 기술주는 `애플·구글`
미국이 수출 증가세가 유지될 것이란 측면에서 원자재 관련주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일단 시장의 관심은 1월 첫 5거래일 동안의 추이에 쏠려 있다. 이것이 전체 증시의 향방을 가늠하게 해준다는 시장의 속설에 근거한 것이다. 좀 더 관망해 볼 필요도 있다. 1월 한 달간 증시가 오르면 한 해 장이 좋다는 이른바 `1월 효과(January Effect)`를 기대해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유럽 증시 정체 계속될까..미국이 방향타될 듯
영국과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 증시도 미국 증시의 움직임과 크게 다르지 않은 2007년을 보냈다.
독일 DAX 지수는 비교적 선전했다. 지난해 22% 올랐다. 이에 비해 영국 FTSE100 지수는 5%가 안되게 올라 지난 2006년 두 자리수 상승률을 올렸던 것과 비교됐다. 프랑스 CAC40 지수 상승률은 2%도 안됐다. 역시 2006년엔 17.5%나 오른 바 있다.
유럽 증시 역시 자금 경색이 반등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은행간 금리는 치솟은 상태고, 바클레이즈, HSBC 등 금융주들은 고전중이다.
리서치사 팩트셋은 "위기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기업 부도율이 높아지면서 그 낙진이 영향을 주기 시작할 것"이라고 우울한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유럽중앙은행(ECB)의 스탠스는 금리인하 쪽에 쏠려 있는 것으로 점쳐지고 있고, 미국 증시가 어려움을 딛고 반등에 성공하게 된다면 그 분위기가 유럽 증시에도 흘러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지난 2006년 활발한 M&A에 힘입어 32%나 급등했던 스페인 증시도 2007년엔 7%대 상승률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로이터가 14명의 브로커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데 따르면 올해에 스페인 Ibex 지수는 12% 오르며 다시 두 자리수의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