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추정제 도입에 영세사업자 부담 우려 달라진 노동환경, 기존 법률 적용에 한계 '노란봉투법 시즌2' 아닌 새로운 해법 필요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이제라도 폐업하면 되겠느냐.” 지난 2일 국회 근로자 추정제 토론회에서 임수택 소상공인연합회 수석부회장이 전한 학원 원장의 반응이다. 프리랜서 강사가 근로자로 인정되면 퇴직금과 사회보험료 부담이 생길 수 있다는 설명에 나온 말이다. 근로자 추정제 법안은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지만 영세자영업자의 걱정은 벌써 시작됐다.
박수민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지난 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노란봉투법 시즌2, 사용자성 확대 이어 근로자 추정제 타당한가' 토론회. (사진=연합뉴스)
근로자 추정제는 프리랜서 등이 근로자 지위를 다툴 때 우선 근로자로 추정하고 사업주가 근로자가 아님을 입증하도록 하는 제도다. 현재는 노동자가 근로자임을 입증해야 한다. 정부가 이 제도를 추진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근로자처럼 일하면서도 프리랜서 계약을 맺고 보수에서 3.3%의 세금을 원천징수해 퇴직금 등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입증책임 전환이 영세자영업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대기업은 노무 담당자와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지만 작은 학원이나 가게는 다르다. 제도 도입 후 분쟁이 생기면 사업주가 계약과 업무 실태를 설명하고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 소송 한 건도 가게 운영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권혁 고려대 교수는 토론회에서 영세자영업자와 노동자의 관계를 ‘을과 병’이라고 표현했다. 디지털·플랫폼 경제로 일하는 방식이 달라졌다면 보호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노동 형태를 기존 근로계약의 틀에 끼워 넣으면 ‘을과 병’의 갈등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렇다고 노동자의 어려움을 외면해서도 안 된다. 일을 그만둔 뒤 회사에 남은 근무 기록을 구하지 못해 근로자임을 증명하기 어려운 현실부터 개선해야 한다. 업종별 특성을 살펴 달라진 노동 환경에 맞게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근로자 추정제가 또 다른 노사 갈등을 부르는 ‘노란봉투법 시즌2’가 돼서는 안 된다. 정부는 영세사업자의 부담을 덜 방안을 마련하고, 야당도 반대를 넘어 노동자를 보호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을과 병’이 소송을 걱정하는 동안 국가가 해야 할 일부터 고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