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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군사 대신 경제 압박"…하루만에 이란에 배상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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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원 기자I 2026.08.11 03:3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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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도 요구 고수…강경파 안보수장 발탁
호르무즈 통항 급감…브렌트유 87달러 돌파

[뉴욕=이데일리 성주원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둘러싼 이란과의 협상에서 하루 만에 태도를 바꿨다. 지난 9일(이하 현지시간) 추가 군사행동 대신 경제적 압박(해상 봉쇄)을 계속 가하며 지켜보겠다는 확전 자제 신호를 보냈던 트럼프 대통령은 10일에는 돌연 이란에 배상금을 요구하며 강경 자세로 돌아섰고, 협상 타결 기대감은 빠르게 식고 있다.

지난 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취재진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AFP)
지난 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취재진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AFP)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그냥 지켜보고만 있다”며 “이란과는 반쯤만 협상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란은 초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고 돈도 없다”며 미 해군의 해상 봉쇄가 이란 경제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그는 트루스소셜에 최근 이란 리알화 가치 폭락 추이를 보여주는 그래프를 올리며 “이란은 돈이 없다”, “통화는 쓰레기”라는 문구를 달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돌연 이란에 배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는 트루스소셜에 “이란이 사제폭탄과 여러 분쟁으로 살해하거나 중상을 입힌 모든 사람들에 대해 나도 마찬가지로 이란에 배상을 요구한다”고 적었다. 이어 “지난 50년간 이란이 살해한 수십만명의 무고한 시위자 가족들에게도 배상해야 한다”고 덧붙이며, 이 요구를 앞으로 모든 협상에 “확고하게”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2000년 10월 예멘 아덴항에서 발생한 미 해군 유도미사일구축함 ‘콜함’ 폭탄테러에 대해서도 이란에 배상을 요구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로이터에 따르면 승조원 17명이 숨지고 30명 이상이 다친 이 테러의 배후로 미 연방수사국(FBI)이 지목한 조직은 이란이 아니라 알카에다다.

이란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란은 기존 요구를 고수하고 있다. 이란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 매체 MS나우에 지난 6월 양국이 서명한 양해각서(MOU)에 명시된 조건을 미국이 모두 이행해야 한다는 게 이란의 입장이라고 확인했다. 이 관계자는 배상금 지급과 레바논 내 전투 중단이 여기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이란은 미 해군의 해상 봉쇄 해제, 미군 철수, 동결 자산 해제, 그리고 자국이 지원하는 레바논·이라크·예멘·가자지구 내 무장세력에 대한 공격의 영구 중단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압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적대 행위가 계속되는 한 이 수로의 안전을 보장할 여건이 마련되지 않는다”며 “재개통은 미국이 불법 행위를 중단하고 봉쇄를 해제하며 피해를 배상하는 데 달려 있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국영 타스님통신을 통해 “미국이 6월 양해각서 위반을 지속하고 배상하지 않는 한 협상 재개 가능성은 없다”면서도 “중재자들이 협상 재개 방안을 계속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은 오만과는 별도로 호르무즈 해협 항로를 정하는 협상을 진행 중이며, 아라그치 장관은 이 협상이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다만 이 합의 자체가 해협을 재개통시키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오만 측도 이란과의 협상이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분위기에서 진전되고 있다”면서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대한 공격 중단을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이란은 지난 주말 강경파인 모센 레자이 전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총사령관을 최고국가안보위원회 의장에 임명했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완전한 통제권을 주장해온 인물로, 이란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군사고문을 지냈다. 이란이 미국의 압박에도 해협 통제권을 쉽게 넘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조치로 해석된다.

한 여성이 지난 8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중심부 발리아스르 광장에 그려진 고(故)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벽화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AFP)
한 여성이 지난 8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중심부 발리아스르 광장에 그려진 고(故)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벽화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AFP)
호르무즈 해협은 이미 봉쇄 상태

미군은 해상 봉쇄 아래 지난주에만 상선 20척을 이란 항구로부터 추가로 우회시켰다. 미 중부사령부는 지난 2일 35척이었던 우회 선박이 9일 기준 55척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미군은 또 선박 2척의 운항을 무력화하고 2척에 승선해 규정 준수를 강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쟁 발발 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4분의 1과 액화천연가스(LNG)의 5분의 1이 오갔으나, 선박 추적업체 케플러(Kpler)에 따르면 지난 7일 확인된 통항 선박은 8척에 그쳐 전날보다 33% 줄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지난 8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던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ADNOC) 소유 유조선에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은 9일 사우디아라비아 정유시설과 예멘 홍해 항구도시 알마카 시설에 대한 공격을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사우디 당국은 화재가 발생했으나 신속히 진화됐고 인명피해는 없었다고 밝혔다. 하루 40만배럴을 처리하는 이 정유단지에서 한 달 새 발생한 화재로는 최소 두 번째다.

협상 타결 기대가 옅어지면서 유가는 이날 4% 넘게 급등해 브렌트유는 배럴당 87달러를 넘어섰고, 최근 3거래일 상승폭은 5%를 웃돌았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정유시설이 잇달아 공격받으면서 유럽 경유 선물 가격은 10% 넘게 뛰었다. ING의 워런 패터슨 상품전략 헤드는 “타협의 여지가 거의 보이지 않아 지속 가능한 합의에 이르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며, 브렌트유 분기 평균 전망치를 배럴당 80달러로 유지하면서도 상당한 위험과 불확실성이 있다고 짚었다.

이번 사태는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촉발된 전쟁의 연장선에 있다. 가자지구에서는 미국이 지원하는 중재안(하마스 무장해제와 이스라엘군 철수)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9일 거부했고, 예멘에서는 후티 반군과 사우디가 지원하는 국제적으로 인정된 정부군 간 충돌이 격화하고 있어 이란을 둘러싼 다자간 긴장이 동시다발적으로 고조되는 양상이다.

지난 9일(현지시간)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이 홍해 항구도시 모카를 공격했다고 주장하며 공개한 영상에서 미사일이 목표물을 향해 발사되고 있다. 로이터는 해당 영상의 촬영 장소와 날짜를 독립적으로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사진=로이터)
지난 9일(현지시간)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이 홍해 항구도시 모카를 공격했다고 주장하며 공개한 영상에서 미사일이 목표물을 향해 발사되고 있다. 로이터는 해당 영상의 촬영 장소와 날짜를 독립적으로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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