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민훈(62)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장은 최근 대전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열과 방사능의 준위가 높은 폐기물) 관리 체계 확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원전 생태계가 지속가능하기 위한 핵심 과제라는 설명이다.
백 학회장은 그는 원자력연구원에서 30여 년간 재직하며 방사성폐기물 처분연구부장과 후행원자력기술연구소장을 지낸 방폐물 관리 분야 전문가다. 지난 1월 제12대 방폐물학회장에 취임했다.
인공지능(AI) 산업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원전 확대 기조와 방사성폐기물 처분 문제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가 주요 정책 과제로 떠오름에 따라 백 회장을 만나 고준위방폐장 부지 선정과 특별법 보완을 위한 과제와 사용후핵연료 관리 해법 등을 들었다.
백 학회장은 고준위방폐장 건설의 급선무 과제로 고준위방사성폐기물관리위원회(고준위위원회)의 ‘완전체’ 가동을 꼽았다. 그는 “법이나 제도적 장치는 마련됐지만 실행 주체인 고준위위원회가 온전히 구성되지 않으면 속도를 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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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준위위원회는 지난 23일 첫 회의를 열고 지하연구시설(URL), 중간저장시설, 최종 처분시설 등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건설을 위한 업무에 공식 착수했다. 그러나 인적 구성이 완료되지 않아 ‘반쪽 출범’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고준위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해 총 9명으로 구성된다. 현재는 위원장과 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 상임위원 1명, 비상임위원 3명 등 5명만 위촉된 상태다. 국회 추천 몫 4명은 아직 공석이다.
고준위위원회는 지자체가 신청한 후보 부지를 대상으로 지질 안전성과 법적 절차 준수 여부 등을 평가해 ‘기본조사 대상 부지’를 선정한다. 이후 기본조사와 심층조사, 주민투표 등의 단계를 거쳐 관리시설 부지를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백 학회장은 “기초조사부터 상세·심층조사, 주민투표까지 전 과정을 거치면 통상 13년 정도가 소요된다”며 “올해 본격 착수하지 않으면 2050년 중간저장시설, 2060년 최종처분시설 목표 달성에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사용후핵연료가 계속 쌓이는 상황에서 저장 공간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결국 원전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은 현재 원전 내 습식저장 수조와 건식 임시(건식) 저장시설(캐스크)에 보관돼 있다. 이후 중간저장시설로 옮겨 열과 방사선을 충분히 낮춘 뒤, 최종적으로 심층 처분시설로 이송돼 영구 처분되는 구조다.
실제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원전별 사용후핵연료 포화율을 보면 △고리 92.9% △한빛 84.5% △월성 84.1% △한울 73.5% △새울 57.4% △신월성 38.6% 등이다.
백 학회장은 “사용후핵연료가 포화되면 무조건 가동을 중지해야 한다”며 “전력 공급에 상당한 타격을 미칠 수 있고 잘못하면 전기요금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고준위위원회의 첫 회의를 놓고 ‘반쪽 출범’이란 지적도 있다. 9인 체제는 언제부터 가능하리라 보나.
“고준위 특별법이 통과되면서 제도적 틀은 갖춰졌지만, 실제 집행을 담당할 고준위위원회가 9인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5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법상 의결 정족수는 충족하지만, 부지 선정이나 임시저장시설 승인처럼 국가적으로 매우 중대한 사안을 5인 체제로 의결하는 것은 부담이 크다. 사회적 정당성과 정책 안정성을 확보하려면 9인 체제가 바람직하다. 국회 추천 몫도 조만간 마무리되리라 본다.”
-3차 기본계획 수립 일정에는 문제가 없겠나.
“3차 기본계획은 단순한 행정 계획이 아니다. 기존 계획과 특별법 간 불일치 부분을 정비해야 하고, 연구개발(R&D) 계획도 재검토해야 한다. 수립 이후에는 원자력위원회 심의도 거쳐야 한다. 상반기 내 위원회 구성이 완료된다면 일정상 큰 차질은 없겠지만, 하반기로 넘어가면 인허가와 승인 절차가 연쇄적으로 밀릴 가능성이 있다. 되도록 올해 상반기 안에 틀을 잡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용후핵연료 포화 상황은 어느 정도로 심각한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원전 평균 포화도는 83.6%다. 특히 고리나 한빛처럼 오래된 원전은 저장 수조 용량이 크지 않아 포화 속도가 빠르다. 한빛은 2030년, 한울은 2031년 포화가 예상된다. 포화가 되면 원칙적으로 발전을 중단해야 한다. 이는 전력 공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국가 에너지 전략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원전 내 습식저장시설과 중간저장시설의 역할은 어떻게 다른가.
“사용후핵연료가 발전소 부지 안에 있는 동안에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관리 책임을 진다. 고준위위원회는 중간저장시설과 최종처분시설 등 관리시설의 주체다. 중간저장시설은 열을 충분히 식히고 방사선을 낮추는 완충 역할을 한다. 정책적으로도 부담을 분산시키는 장치다. 특별법에 따라 중간저장시설은 최종처분장과 동일 부지에 건설하도록 돼 있는데, 이는 장기적 관리 체계를 일원화하겠다는 취지다.”
-중간저장시설에 대한 주민 우려도 적지 않다.
“장기 보관에 대한 막연한 불안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중간저장시설이 마련되면 발전소 내 임시저장에서 언제든 옮길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안심 요소가 된다. 최근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과정에서 진행된 설문에서도 원전 필요성에 대해 70% 이상이 긍정적으로 답했다. 2015년부터 운영 중인 경주 중·저준위 방폐장이 10년간 사고 없이 운영되면서 지역 인식도 많이 개선됐다. 지방 소멸 위기 상황에서 지역 지원 효과도 고려 대상이 되고 있다.”
-고준위특별법상 발전소 간 사용후핵연료 이동이 제한된 부분에 대한 의견은.
“최근 건설된 원전은 저장 여력이 충분한 반면, 오래된 원전은 포화가 빠르다. 안전하게 이송할 수 있는 기술과 장비가 있음에도 법적으로 이동을 제한하는 것은 관리의 유연성을 떨어뜨리는 측면이 있다. 국민 안전에 중대한 위해가 있다면 당연히 엄격히 규제해야 하지만, 과학적으로 관리 가능한 영역까지 일률적으로 묶는 것은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신규 원전과 소형모듈원자로(SMR) 확대가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더 키우는 것 아닌가.
“신규 원전 2기와 SMR이 확대되면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의 양은 늘어날 수 있다. 그에 따라 최종처분시설 용량과 부지 면적도 조정이 필요하다. 다만 3차 기본계획은 5년 단위로 수립되기 때문에 전력기본계획 등을 반영해 충분히 업데이트가 가능하다. 계획적으로 대응하면 감당 못 할 수준은 아니다.”
-원전 확대에 따른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왜 중요한가.
“관리의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처분장을 여러 개 지을 수는 없다. 하나의 부지에서 장기간 관리해야 하는데, 향후 원전이 확대되고 다양한 연료가 발생할 경우 단순 직접 처분만으로는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재처리를 통해 사용후핵연료의 양과 독성을 줄이면 처분 면적을 줄이고 장기적 관리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 이는 국가 차원의 에너지 안보와 핵연료 주기 기술 자립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백민훈 학회장은…
△1964년 부산 출생 △연세대학교 화학공학과 학사 △KAIST 원자력공학과 박사 △한국원자력연구원 후행원자력기술연구소 소장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 회장 △JRNC 국제학술지 편집위원 △Migration 국제학회 기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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