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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외교장관회의에서 왕 위원과 만나 1시간 30분 동안 회담했다.
블링컨 장관은 왕 위원에게 중국에 구금되거나 출국금지된 미국인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미국의 우선순위라고 전했다. 또 불법 펜타닐 문제에 중국의 협력을 요청했으며 중국 내 인권 문제와 우크라이나 전쟁,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안정 유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블링컨 장관은 미·중 군사 소통 채널을 재개해야 한다는 뜻도 전달했으나 회담의 주요 내용은 아니었다고 미 정부 관리는 전했다.
블링컨 장관은 왕 위원에 “미국 정부, 미국 기업, 미국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모든 조치는 큰 우려 사항이며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으나 최근 미 정부 기관 해킹을 중국 정부와 직접적으로 연결짓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부 관계자는 CNN에 “펜타닐 관련 실무 협의체 설립에 진전이 있다고 말할 수 없지만 매우 심도 있게 논의됐다”고 말했다. 미국은 중국의 화학 기업이 펜타닐 원료 전구체를 멕시코로 수출, 멕시코에서 펜타닐을 제조해 미국에 공급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달 방중 때도 펜타닐 문제에 대해 중국 측에 협조를 구했다.
한편 왕 위원은 블링컨 장관에 첨단 기술 수출 규제와 중국 기업과 개인에 대한 제재를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또 대만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이 내정 간섭을 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위원은 “대만 문제에 대한 중국의 엄숙한 입장을 설명하면서 미국 측이 중국의 내정에 제멋대로 간섭하는 것을 삼가고 중국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침해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또 “미국은 중국의 경제, 무역, 과학 기술 압박을 중단하고 중국에 대한 불법적이고 불합리한 제재를 해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왕 위원은 또 위험한 징후가 지속해서 나타나고 있는데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을 뜻하는 ‘회색 코뿔소’를 결연히 저지하고,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을 의미하는 ‘블랙 스완’을 적절히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외교 수장이 만난 것은 지난달 블링컨 장관의 방중 이후 24일 만이다. 중국에선 친강 외교부장(장관)이 건강 문제로 아세안 외교장관회의에 불참하고 친 부장보다 서열이 높은 왕 위원이 대표로 참석했다.
양측은 이견을 확인했지만 소통을 이어가자는 데는 뜻을 같이 했다. 양국 관계가 개선되면 오는 11월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의 대면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
로이터통신은 “전문가들은 이번 만남은 올해 말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의 정상회담을 위한 길을 닦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긴장은 여전히 높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