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국제 테러 조직 알-카에다의 지도자 빈 라덴 사망에 이어 카다피마저 죽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측은 이를 외교 정책의 승리로 평가하며 호재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공화당 측은 대선의 가장 중요한 이슈는 여전히 경제라며 카다피 사망이 대선전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 빈 라덴 이어 카다피까지..오바마 "지지율 상승 기대"
워싱턴포스트(WP)는 20일(현지시간) 카다피의 사망 소식이 계속된 미국 경제 부진으로 코너에 몰린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에 일단 호재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 WP가 빈 라덴 사망 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바마의 지지율은 전월대비 9%포인트 오른 56%에 달했다.
민주당도 반 라덴 사망 때의 경험을 상기하며 카다피 사망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돌파구를 마련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 "카다피 사망은 오바마가 대외정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온 리더였다는 점을 부각시켜 줬다"며 "이번 사건이 내년 대선의 승리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다른 긍정적인 면과 부합해 상승효과를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 문제는 경제..공화 "카다피 효과 제한적"
하지만 미국의 심장 뉴욕에서 9·11 테러를 일으켰던 빈 라덴 사망과 카다피의 죽음을 미국인들이 같은 시각으로 바라볼지는 미지수다. 더구나 최근 미국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질 위기에 처해 있어 경제 외 다른 이슈는 지지율 변동에도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빈 라덴 사망으로 크게 올랐던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세도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빈 라덴 사망 후 미국의 신용등급이 강등되고 연방정부 재정적자 문제로 미국이 디폴트(채무 불이행)위기에 처하는 등 경제가 불안해 지자 유권자들은 오바마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
ABC 방송이 이번 달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은 빈 라덴 사망 직전보다 낮은 42%를 기록했다.
보통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경제 문제는 선거의 중요 이슈로 부상한다. 걸프전을 승리로 이끈 조지 H. 부시 전 대통령도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슬로건을 들로 나온 빌 클린턴 당시 아칸소주 주지사에게 정권을 넘겨줬다. ABC방송의 여론조사 결과 이번 선거에서도 경제가 가장 중요한 이슈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51%에 달했으나 외교정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1%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공화당 예비 대선 후보들도 표심을 잡기 위해 경제 문제에 더욱 치중하고 있다. 최근 열린 공화당 예비 대선 후보자 토론회에서 주요 현안은 세금, 일자리 창출 등 경제 이슈였다.
공화당 유력 대선 후보인 미트 롬니 매사추세츠 주지사 캠프의 한 관계자는 "빈 라덴때처럼 카다피 사망 효과도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선거의 핵심 이슈는 미국인들의 일자리 창출 등 경제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