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두고 지방자치단체들의 ‘민생지원금’ 경쟁이 다시 벌어지고 있다. 경남 의령군과 전남 함평군은 전 주민에게 1인당 50만원, 충북 영동군과 전북 완주군도 각각 30만원씩을 준다고 한다. 지역 화폐나 상품권으로 지급해 골목상권을 살리고 민생을 돕겠다는 명분이다. 어려운 주민에게 필요한 지원은 해야 하지만 소득과 형편을 가리지 않고 전 주민에게 똑같이 돈을 뿌리는 것이 최선의 민생정책인지는 분명히 따져야 한다.
더구나 지급에 나선 상당수 지자체의 재정 형편은 넉넉지 않다. 의령군의 올해 재정자립도는 8.3%, 함평군도 8%대 수준이다. 그런데 의령군은 약 120억원, 함평군은 151억원을 들여 1인당 50만원씩 주겠다는 것이다. 자체 수입으로 군 살림의 10분의 1도 충당하기 어려운 판에 효과도 불분명한 일회성 지원금을 푸는 것이 타당하며 지속 가능한가. 의령군은 지방교부세 여유분을 재원으로 쓴다는데, 결국 중앙 정부에서 가는 돈이다. 당연히 국민 세금이다.
이런 식으로 한두 차례 소비가 늘어난다고 인구가 돌아오고 지방 쇠락이 멈추는 것도 아니다. 같은 돈이라면 일자리와 기업 유치, 교육·교통·의료 등 정주 여건 개선에 투자하는 편이 지방의 미래에 더 절실하다. 지원금을 한번 주기 시작하면 옆 지자체도 따라 하고 다음 선거에서는 더 많은 금액을 약속하는 악순환에 빠지기 쉽다. 경기도의 재정 비상 선언은 남의 일이 아니다. 지방채 한도를 채우고 기금까지 끌어다 쓴 끝에 더 이상 재원을 마련할 여력이 없다는 경기도의 고백이 나온 게 불과 며칠전의 일이다. 재정은 한번 무너지면 복구가 어렵다.
지방의회는 무엇을 하고 있나. 단체장의 선심성 예산을 견제하라고 존재하는 기관이다. 정부도 무관할 수 없다. 정부 역시 그동안 대규모 소비쿠폰 등 현금성 지원을 해온 만큼 지방의 ‘돈 풀기’를 견제하기도 민망한 처지다. 그렇다고 방치해서는 안 된다. 재정은 주인 없는 공돈이 아니다. 오늘 나눠 쓰면 내일 세금이나 빚으로 돌아온다. 특히 그 부담은 청년과 미래세대에 간다. 민생이라는 이름만 붙이면 어떤 지출도 가능하다는 그릇된 인식부터 버려야 한다. 정부와 지방의회가 무분별한 지원금 뿌리기에 제동을 걸어야 마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