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이 지침대로라면 지자체의 신고·허가를 받아야 하는 각 후보들의 후원회 사무실 건물 벽면에도 별다른 조치 없이 대형 현수막이 내걸렸다. 이러한 현수막 크기 경쟁이 결국 정치에 대한 시민들의 피로감을 높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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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내달 3일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거리에는 초대형 현수막이 내걸리고 있다. 건물 외벽의 절반 이상을 뒤덮은 현수막부터 옥상에 철제 구조물인 ‘아시바’를 세워 간판을 다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이는 선거사무소 외벽 현수막에는 크기나 개수에 대한 별도 규정이 없어서다. 공직선거법상 출마자 현수막은 ‘읍·면·동 수의 2배 이내’ 등의 지침이 있지만 선거사무소가 위치한 건물의 홍보물 관리는 후보자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는 게 이번 선거를 앞두고 나온 행정안전부 지침이다.
외벽 현수막에 대해선 안전한 설치를 제외한 크기 등 제한을 두지 않다보니 후보들 사이에서는 ‘크기 경쟁’이 붙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 구의원 후보로 나선 박모 씨는 “(후보자) 현수막은 정해진 개수만큼 달아야 하니까 늘릴 수 없다”며 “우리 입장에서는 외벽 현수막이라도 크기를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의원 후보로 나온 A씨의 선거사무소 관계자도 “요즘 시민들은 주로 스마트폰만 보고 걷지 않느냐”며 “시선을 돌리기 위해서는 최대한 큰 현수막을 다는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현수막 인쇄업체를 운영하는 박 모씨는 “지난 지방선거보다 대형 현수막의 주문이 약 30% 정도 늘어났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더 목이 좋은 자리가 나오면 현수막을 바꿔 다는 경우도 있다”며 “그런 분들은 대형 현수막을 두 번 주문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후보들은 선거사무소를 구할 때부터 대형 현수막 게시가 가능한지 꼼꼼히 따지는 분위기다. 건물주나 세입자 등 동의만 확실하다면 크기를 마음껏 키울 수 있어서다. 일부 캠프에서는 애초에 현수막을 크게 내걸 수 있다고 알려진 건물을 찾거나 당원이 건물 관계자로 있어 협조를 구하기 쉬운 공간을 선거사무소로 고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후원회사무소’도 적극 이용…지침 준수는 ‘부실’
꼼수 현수막도 등장하고 있다. 후원회 사무소 건물을 이용하는 게 대표적이다. 행안부 지침에 따르면 후원회 사무소 건물에는 지자체의 허가 혹은 신고 절차를 거쳐야만 현수막을 내걸 수 있다. 하지만 후보들은 이러한 과정을 생략한 채 사실상 제2의 선거사무소처럼 대형 현수막을 거는 또 하나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실제 이데일리가 지난 20일까지 서울 25개 자치구에 접수된 ‘후원회사무소 현수막·간판 등 광고물’의 신고 또는 허가 건수를 확인한 경과 모두 ‘0건’으로 확인됐다. 한 자치구에서는 접수된 건이 하나 있었지만 규격이 맞지 않아 반려됐다. 후원회 사무소에 내걸린 현수막들은 모두 지침 위반 소지가 있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한 선거사무소 관계자는 “후원회사무소는 우리랑 따로 움직인다”며 “알아서 설치하고 알려주는 식이니까 구체적인 진행 상황을 모두 알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서울시 한 구청의 광고물관리팀 팀장은 “과거에도 공무원이 선거철 현수막 관리에 나섰다가 고소를 당해 벌금형을 받은 경우가 있다”며 “홍보를 하고는 있지만 후원회사무소의 자체적인 의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지침 시행(4월 15일) 이전 설치된 현수막일 수도 있고 관행에 따라 설치되는 경우가 많아 지자체가 적극 규제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선거운동의 자유도 보장돼야 하지만 대형 현수막이 난립할 경우 시민 피로감만 키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신동진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장은 “이번 지선에 나온 후보자가 민주당만 해도 3200명이라고 한다”며 “다른 정당과 무소속까지 합치면 얼마나 많겠느냐. 이들이 전부 경쟁적으로 현수막 크기만 키우면 유권자에게 피로감만 유발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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