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 팽창을 지속하고 있는 국내 상조업계의 부실 위험을 알리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규제 및 감시 공백을 틈탄 허술한 내부 관리와 불투명한 영업 관행이 상당수 상조회사들을 빈껍데기로 만들고 가입자 피해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상조회사가 선불식 할부금융 사업자로 분류돼 금융 당국이 아닌 공정거래위원회의 감독을 받는 탓이다.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상조업계의 내실을 강화하고 가입자들을 보호할 보완 장치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따르면 국내 상조 시장은 지난해 말 기준 가입자 960만 명, 고객선수금 10조 3348억원 규모로 급성장했다. 6년 전인 2019년의 560만 명, 5조 2664억원에 비하면 가입자, 고객선수금 등에서 2배 가까운 팽창이다. 그러나 내실은 외적 성장 속도에 크게 못 미쳤다. 전국 상조업체 75곳의 2025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32곳(42.7%)의 자산 총계가 선수금보다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모든 고객이 해약을 요구하면 돌려줄 돈이 모자란다는 뜻이니 자금 관리에 구멍이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지급여력 비율 관리를 엄격하게 적용받는 보험사들과 달리 재무건전성 기준이 없고 대주주에게 증자를 강제할 근거 규정도 없기 때문이다.
규제 공백은 방만한 자금 운용과 탈법 유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 대형업체의 경우 가상자산 이더리움 테마주에 595억원을 투자했으나 시장이 급랭하자 장부가 기준 493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대주주에게 돈을 빌려주는 행위에 대한 규제도 없어 상당수 상조회사에서 대주주 등에게 고객 돈을 멋대로 대여해 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중소 상조회사 중에선 고객 돈보다 대주주 및 특수관계자에게 빌려준 돈이 더 많은 사례까지 속출했다. 정상적인 금융회사라면 있을 수 없는 ‘사금고화’다.
부실한 자금 관리와 함께 소비자 기만, 바가지요금 등 일부 상조회사들의 일탈에 대한 불만이 끊이지 않는 현실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가입자들의 신뢰가 무너지고 대규모 해약 사태가 벌어진다면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상조회사에 대한 조사, 감독을 강화하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 국회에 발의된 법안을 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