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상규모, 교육기반 일부 불과
병상 규모는 교육 기반 중 하나다. 의학교육 평가인증 기준도 적절한 환자군 확보와 학생의 실제 진료 참여를 요구한다. 병상과 진료과를 갖추는 계획에 더해 학생마다 필요한 임상 경험을 제공할 방안이 있어야 한다.
남원과 임실·구례·곡성·장수·함양·산청 등 7개 시·군의 주민등록 인구는 올해 9월 기준 약 24만명이다. 0~18세 소아청소년은 약 2만 2000명이며 지난해 출생아는 모두 합쳐 691명이었다. 주변 지역을 넓게 묶어도 산과·신생아 교육의 기반이 되는 출생 인원은 매우 적다.
다른 병원 이용과 실습 일정, 환자 동의까지 고려하면 교육에 활용할 사례는 더 제한된다. 남원과 주변 지역의 환자만으로 학생 모두에게 다양한 산과 응급·신생아 집중치료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지 검증해야 한다.
소아청소년과 역시 감기·장염 진료와 중증·응급환자 교육은 별개다. 진료과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연령별·질환별 사례를 충분히 확보했다고 볼 수 없다.
공공의료 특화라는 설립 목적도 교육 대상의 다양성을 요구한다. 농촌 주민과 고령층의 만성질환 관리, 의료 접근성 개선은 중요한 과제다. 하지만 교육이 이들 집단에 집중되면 도시 취약계층과 이주민, 산업현장 노동자 등의 건강 문제를 배울 기회는 부족해질 수 있다.
감염병 대응도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감염 경로를 조사하고 지역사회 확산을 막는 과정을 익혀야 한다. 학교·사업장·집단거주시설과 보건소·방역기관을 아우르는 현장 교육이 필요하다. 정부가 다양한 공공의료 분야에 의사를 배치하겠다면 그에 맞는 실습 기반부터 마련해야 한다.
국립의전원의 실습병원으로 활용될 남원의료원의 낮은 병상이용률도 환자 확보가 과제임을 보여준다. 박희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6월 기준 남원의료원의 병상이용률은 54.0%였다. 전국 35개 지방의료원 평균 62.7%보다 8.7%포인트 낮았다.
세부 계획없이 개교에만 초점 맞춰
정부는 공공병원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을 실제 환자 확보로 연결할 대책 없이 병상 확충부터 앞세우는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지난해 발표한 ‘ 공공병원 기여도 인식과 이용 상충 원인 분석’ 조사에서 응답자의 76.2%는 지역에 공공병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반면 최근 3년 내 본인이 이용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40.2%였다.
평소 다니는 병원이 있거나 거리·교통이 불편하다는 점이 주요 비이용 이유였다. 국가 운영 병원으로 바꾸고 규모를 키운다는 이유만으로 환자가 모일 것이라 기대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다양한 공공의료기관을 활용한 임상실습으로 부족한 경험을 보완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렇다면 기존 의대생과 전공의를 교육하는 협력기관이 추가 학생을 얼마나 수용할 수 있는지, 지도인력과 실습 시간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밝혀야 한다. 분산 실습이라는 방향만으로 교육의 충분성이 입증되지는 않는다.
남원 입지는 확정됐지만 교육 기반 검증까지 끝난 것은 아니다. 정부는 진료과별 환자 수와 질환 구성, 학생별 실습 목표, 협력기관의 교육 수용 능력을 제시해야 한다. 500병상이라는 숫자로 매년 학생 100명의 교육을 보장할 수는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