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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박근혜(66) 정부 실세였던 이른바 `문고리 3인방` 항소심 재판에서 박 전 대통령이 상납받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특활비) 일부가 처음으로 뇌물로 인정됐다. 특활비 항소심 시작을 앞둔 박 전 대통령에게도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 4일 서울고법 형사4부(재판장 김문석)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방조·국고손실 혐의로 구속기소 된 안봉근(53)·이재만(53)·정호성(50) 전 청와대 비서관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안봉근 징역 2년 6월 벌금 1억원 및 추징금 1350만원 △이재만 징역 1년 6월 △정호성 징역 1년 6월 벌금 1억원을 각각 선고받았다.
이날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에게 상납된 특활비 36억5000만원은 뇌물이 아니라는 1심 판단을 깨고 특활비 일부를 뇌물로 인정했다. 지난 2016년 9월 이병호 당시 국정원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2억원을 건넨 것은 직무상 대가관계가 인정되기 때문에 뇌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기존 특활비와 달리 이 전 원장이 박 전 대통령이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말을 (안봉근에게) 듣고 추석에 사용하라는 취지에서 자진해 건넨 점 △기존 특활비가 이재만의 관리 아래에 사용됐던 것과 달리 2억원은 정호성을 통해 박 전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된 점 등을 유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아울러 “명절에 사용하라고 의례적으로 주고받기는 고액이고 국정원 전반에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대통령에게 2억원을 준 건 직무집행의 공정성을 의심받기에 충분하다”며 “이 돈은 대통령의 직무에 관해 건넨 뇌물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박 전 대통령 상납받은 특활비 중 일부가 처음으로 뇌물로 인정되면서 시작을 앞둔 박 전 대통령의 특활비 2심 재판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앞서 박 전 대통령 특활비 사건 1심 재판부는 특활비 상납이 이전 정권에서도 관행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뇌물공여의 동기가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정원장들은) 박 전 대통령 요구나 지시에 의해 청와대에 예산을 지원한다는 의사로 특활비를 건넨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은 1심에서 국고손실 혐의만 유죄로 인정돼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만약 박 전 대통령의 특활비 2심 재판에서도 특활비 일부가 뇌물로 인정된다면 박 전 대통령의 형량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특가법상 뇌물죄는 수뢰액이 1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박 전 대통령의 특활비 관련 2심 재판은 아직 기일이 잡히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