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르기를 극복하려면 종합적이고 세분화된 검사로

이순용 기자I 2016.07.20 08:40:39

복숭아, 토마토, 냉면 등 여름 제철 식품 주의....식품 알레르기 유병률 1~19세가 29.6%, 40대가 16.4%, 30대가 15.6%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학교 앞 분식점에서 새우튀김을 먹고 입술이 퉁퉁 부은 초등학교 1학년의 A군, 저녁식사 후 간식으로 방울토마토를 먹고 났더니 갑자기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타난 24살의 여대생 B양. 여느 때처럼 더위를 식히려고 냉면을 먹었는데 몸에 붉은 반점이 생긴 43살의 직장인 C씨. 병원에 찾아간 세 사람의 진단명은 다름 아닌 식품 알레르기였다. 즐겨먹는 것은 아니지만, 평소 아무런 의심 없이 먹던 음식이었기에 식품 알레르기라는 결과가 의아했다는 세 사람.

보통 식품 알레르기 하면 A군처럼 성장기에 자주 섭취하지 않았거나 처음 섭취하는 식품에서 발견되는 질환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B씨와 C씨처럼 성인이 된 후에 알레르기를 발견하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2011년에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연령별 식품 알레르기 유병률’을 살펴보면 1~19세의 성장기 어린이·청소년이 29.6%를 차지해 가장 많았지만 40대가 16.4%, 30대가 15.6%로 꽤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식품 알레르기는 성장기뿐 아니라 나이가 들어서도 발견되니 지금껏 알레르기가 없었다 하더라도 식품 섭취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한국소비자원 제공


올여름 갑자기 생긴 식품 알레르기, 무엇 때문일까?

알레르기의 발병은 인체의 면역체계와 깊은 관련이 있다. 알레르기는 외부로부터 유입된 특정 항원을 섭취하거나 접촉, 호흡했을 때 체내 면역물질인 항체가 과도하게 반응해서 나타나는 과민성 반응이다. 대다수 사람들에게는 별 영향이 없는 음식물이지만 특이 체질을 가진 사람은 히스타민(토마토, 옥수수 등), 콜린(땅콩, 메밀 등), 세로토닌(바나나, 키위 등), 노이린(꽁치, 연어 등), 트리메칠(게, 새우 등), 타이라민(바나나, 토마토 등), 페닐에칠아민(초콜릿, 치즈 등), 트립프타민(토마토, 오이 등)과 같은 물질을 유해물질로 인식해 비정상적인 면역반응을 일으킨다.

증상으로는 두드러기, 혈관 부종, 아토피피부염과 같은 피부 증상이 가장 흔하다. 설사, 구토, 복통 등의 소화기 증상이나 코막힘, 재채기 등의 알레르기비염, 천식 증상도 나타난다. 심한 경우에는 음식물을 삼킨 기도가 부으면서 기관지가 좁아져 호흡곤란이 오는데, 의식불명 상태에 이르는 아나필락시스 증상으로 생명에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보통 알레르기는 건강할 때는 신체 내에 잠재되어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다가 면역력이 저하되면 음식물 속 특정 물질에 과민하게 면역반응을 일으켜 알레르기증상이 나타난다.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나 초등학생들에게 알레르기반응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소화기관이 미성숙한 영유아기에는 체내에 보유하고 있는 단백질과 다른 종류이거나 분자량이 큰 단백질을 섭취하면 유해물질로 인식한다. 주로 우유나 달걀의 식품 단백질을 섭취했을 때 알레르기반응이 일어나며, 처음에는 증상이 약하게 나타나다가 중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

영유아기에 알레르기가 있어도 시간이 지나 장이 튼튼해지고 성장 과정에서 면역체계가 잡히면 증상이 없거나 호전되기도 한다. 하지만 성인기에 나타난 알레르기는 한번 발병하면 좀처럼 낫지 않는 경우가 많으니 식품 섭취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식품 알레르기, 여름에 특히 주의해야

식품 알레르기는 계절과 상관없이 1년 내내 주의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여름철에 즐겨 먹는 음식들 중에 식품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는 음식이 다수 포함돼 있어 특히 주의가 요구된다. 대표적인 여름 과채류인 복숭아와 토마토를 비롯해 아이스크림과 빙수 속에 들어간 우유, 냉면과 막국수에 들어간 밀가루와 메밀, 한여름의 대표 보양식인 삼계탕 속 닭고기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한국인에게 알레르기반응이 가장 많이 나타나는 식품 18가지를 선별해 가공식품의 원재료명에 이를 의무적으로 표기하도록 하고 있다. 가공식품뿐 아니라 단체생활을 하는 학교에서도 의무적으로 표기해야 한다. 알레르기 유발 식품으로 지정된 음식물이 급식에 포함되면 식단표에 이를 표시해 학생들에게 알리고, 학교의 홈페이지와 가정통신문에 고지해야 한다.

알레르기반응은 식품 섭취 후에 즉시 나타나는 즉각형 반응도 있지만, 1~2일 후에 나타나는 지연형 반응도 있다. 며칠 지나서 증상이 나타나다 보니 음식과의 인과관계를 찾지 못해 원인이 되는 명확한 식품이 무엇인지 모른 채 약 처방만 받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알레르기성 쇼크의 위험을 배제할 수는 없으니 자신에게 잠재되어 있는 알레르기 유발 물질은 무엇인지, 또 대체해서 먹을 수 있는 식품은 무엇인지 미리 확인해둘 필요가 있다.

◇알레르기를 극복하려면 종합적이고 세분화된 검사로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 중에는 한 가지 음식만 주의해야 하는 사람도 있지만, 최근에는 미세먼지와 같은 환경적인 영향으로 여러 항원에서 기인하는 추세다. 토마토 알레르기를 가지고 있으면서 사과 알레르기를 가지고 있거나, 꽃가루 알레르기를 가지고 있으면서 복숭아 알레르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학계에 자주 보고된다. 또 처음에는 식품 알레르기만 있었지만 알레르기성 피부염이나 알레르기성 천식 등 여러 알레르기 질환을 동시에 경험하는 사람도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해 최근에는 알레르기 원인을 종합적으로 알아보는 알레르기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마스트 알레르기 검사(MAST Allergy Test)’와 개별 항원의 양을 정확히 정량할 수 있는 ‘이뮤노캡 검사(ImmunoCAP)’다.

마스트 알레르기 검사는 여러 가지 흔한 알레르기 항원에 대한 특이 IgE를 동시에 검사하는 방법으로 알레르기 질환의 진단 및 해당 항원군을 추정할 수 있는 선별검사다. 한 번의 검사로 음식물 알레르기 항원은 물론 흡입성 알레르기 항원까지 90여 종에 대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뮤노캡 검사는 혈청에 존재하는 알레르기 원인물질에 대한 특이 IgE라는 항체를 측정하는 정량검사다. 특이 IgE 항체의 양을 통해서 증상의 중증도를 예측하고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데 도움을 준다.

녹십자의료재단 권애린 전문의는 “무심코 섭취한 음식에 몸이 알레르기성 쇼크를 일으킬 수 있으니 종합적인 검사를 통해 원인물질을 확인해야 한다”며 “연령에 따라서 특히 주의해야 할 항원은 세분화된 이뮤노캡 검사로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 전문의는 “5세 이상의 유아와 성인은 아토피성 알레르기의 유무 및 원인을 찾는 ‘이뮤노캡 파디아톱 검사’를, 이 보다 어린 0~4세 영아는 흡입성 알레르기 항원과 가장 흔한 식품 알레르기 항원을 종합적으로 검사하는 ‘이뮤노캡 영아 파디아톱 검사’를 통해 원인을 찾으면 보다 명확하게 원인물질을 찾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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