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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아람코는 현재 하루 석유 생산능력을 1200만배럴에서 1300만배럴로 늘리기로 한 계획을 백지화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아람코는 구체적인 이유는 밝힌 지 않은 채 사우디 에너지부 지시에 따라 몇 년 동안 생산능력을 현행 수준으로 유지할 것이라고만 설명했다. 아람코는 최대 산유량을 2027년까지 1300만배럴로 늘리겠다고 2020년 발표했으나 수차례 보류된 바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번 결정이 석유 수요 둔화를 반영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 전 세계 원유수요가 하루 124만배럴 증가할 것이라고 얘상했다. 지난해 증가 폭(하루 230만배럴)이나 석유수출국기구(OPEC) 전망치(225만배럴)보다 40% 적은 수치다. IEA 는 수요 둔화 요인으로 전 세계적 탈(脫) 탄소화와 거시경제 악화 우려를 들었다.
닐 베버리지 번스타인 애널리스트는 “아마 이번 결정은 전에 예상했던 것만큼 세계가 사우디 석유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관점을 반영한 것일 것”이라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비야네 쉴드롭 SEB 애널리스트도 “이번 결정은 비용을 절감하는 것일 수 있다”면서도 “국제 시장에서 석유를 추가로 공급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일 가능성이 크다”고 로이터에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을 계기로 사우디가 석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경제 다각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모니카 말릭 아부다비상업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아람코의 지출 감소는 비전 2030 목표와 경제 다각화를 위해 사우디 정부와 PIF(사우디 국부펀드)로의 자본 이전을 확대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아람코가 신재생에너지나 천연가스 등에 대한 투자를 늘릴 것으로 점쳤다.
아람코의 투자 중단 소식이 전해지며 국제유가는 장중 한때 1% 가까이 하락했다. 다만 베버리지 애널리스트는 사우디가 이를 계기로 쿠웨이트 등 다른 산유국에도 생산능력 확충을 중단할 것을 압박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