궂은 비가 내리던 27일 오후 신춘호 농심 회장 빈소가 차려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성긴 흰머리를 쓸어넘기며 나타난 중년 여성은 방명록에 이름을 적으면서 자신이 농심 라면공장에서 근무한 여공이었다고 했다.
그는 신 회장 생전에 그와 교분은 없었지만, 가는 길을 배웅하고자 굵은 빗방울을 뚫고 빈소를 찾았다고 한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조문을 받은 신 회장의 빈소에는 갈수록 조문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문상객 대부분은 고인과 시간을 나눈 가족과 친지였지만 개중에는 교분이 없었던 이들도 상당했다고 한다.
농심 관계자는 “조문 첫날 가족 중심으로 문상객이 들렀다가 갔지만, 개중에는 고인과 상주들과 일면식이 없는 조문객이 상당했다”고 전했다.
한 문상객은 등산복과 등산화 차림으로 줄을 섰다가 조문을 마치고 돌아갔는데, 신 회장의 혈육은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문 행렬은 이날 일찌감치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빈소가 차려진 게 오후 2시였지만 오전부터 고인을 추모하는 이들이 다녀갔다.
황각규 전 롯데지주 부회장은 상주가 객을 맞을 채비를 하기 전인 오전 일찍 장례식장을 다녀갔다.
고인의 사위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정오 무렵부터 빈소를 지키면서 문상객을 맞았다. 신 회장의 동생 신준호 푸르밀 대표이사 회장과 신정숙 여사도 빈소를 찾았다.
조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은 조화를 보냈고 나타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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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날 밤 9시께 나타나 조문했다. 최 회장은 신 회장의 3남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과 고교와 대학 동기 사이이다. 최 회장은 이날 “고인이 가셔서 아쉽다”며 “고등학교 때 많이 뵀고, 야단맞은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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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회장이 노환으로 건강이 악화해 입원 치료를 받는 중이었지만, 촌음을 다투는 위급한 상황인 줄까지는 알지 못한 분위기였다.
장례식장에 있던 한 농심맨은 “기둥이 빠진 기분”이라고 탄식했다.
신 회장은 이날 새벽 3시38분께 가족이 보는 가운데서 눈을 감았다고 한다. 장남 신동원 부회장을 비롯해 유족이 그의 가는 길을 지켰다. 농심 주주총회에서 신 부회장이 그의 후계를 이어받아 사내이사에 재선임된 지 이틀 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