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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관 출신 홍기원 "尹 외교 '낙제점', 국익보다 진영 먼저인가" [파워초선]

이수빈 기자I 2023.01.29 15:37:56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
재경직으로 입문해 외교 현장 근무
전 세계서 '정치의 역할' 보고 경험
尹 가치·진영 외교엔 "신중하지 못해"
우리 외교 지향할 가치는 '한반도 평화'

[이데일리 이수빈 기자] 취임 8개월간 4번의 해외 순방을 나간 윤석열 대통령은 매번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아랍에미리트(UAE)·스위스 순방에서는 37조원가량의 경제적 성과를 거뒀음에도 ‘UAE의 적은 이란’ 발언으로 설화를 겪고 있다.

외교관 출신의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통령은 대한민국 최고의 외교관이어야 하고, 대통령의 말, 행동, 제스쳐, 의전 모든 게 중요하다”며 “그렇기 때문에 외교 무대에서는 정제된 내용만을 말하고 정책도 그에 기반하는 데 ‘외교적 참사’가 반복된다는 것은 실무진의 실수라고 보기 어렵다”고 현 정부 외교 시스템 전반에 문제를 제기했다.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20년간 외교 무대서 활동…“현 정부 외교는 ‘낙제점’”

홍 의원은 1991년 행정고시 35회로 재경직에 입문해 경제부처에서 근무했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사태 이후에 외교부로 전직해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무역규범과장, 주중국대사관 참사관, 터키 이스탄불 총영사, 청와대 국가안보실 정책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외교 무대에서 20여 년 간 활동한 홍 의원은 “현 정부의 외교는 그야말로 ‘낙제점’”이라고 평가했다. 강대국 사이에 놓인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지 못한 채 한쪽에 치우쳐 진영대결을 자초했다는 분석이다. 문재인 정부는 전략적 모호성 기조를 유지했으나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며 친미(親美) 노선의 가치외교, 진영외교 기조가 강해졌다. 홍 의원은 이를 두고 “방향이 완전히 잘못됐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윤석열 정부의 외교 기조는 자유와 인권이라는 가치를 기반으로 한 국제사회의 연대다. 한국-미국-일본 공조를 통한 북핵 위협 대응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이에 북한-중국-러시아 진영과의 갈등이 격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홍 의원은 “자유와 인권은 중요한 가치이긴 하지만 국익보다 앞서는 기본 외교정책이 되면 곤란하다”며 “우리나라같이 지정학적으로 어려운 위치에 있는 나라는 (이분법을) 조심해야 하고 신중해야 하는데 그 부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 정부에서 진영외교가 강화되는 이유로 대통령 개인의 특성을 꼽았다. 홍 의원은 “검사가 대하는 사람은 죄가 있거나 없거나 둘 중 하나”라며 “지금 대통령은 미국, 일본은 우리에게 좋은 나라,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은 안 좋은 나라라는 식의 관념이 무의식 중에 박혀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단정적 태도를 지양해야 하는 외교의 장에서 윤 대통령의 이분법적 사고가 독이 된다는 비판이다.

그는 외교의 목표는 ‘한반도 평화’임을 거듭 강조했다. 홍 의원은 이 원칙을 현 정부가 전혀 지키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위기를 고조시키는 언행이나 정책을 하고 있다. 그렇게 해야 북한이 도발하지 않는다는 생각인 것 같은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전투나 전쟁, 무력도발은 예기치 않은 상황에 생각지 못한 곳에서 터지는 것이다. 그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우호적이고 평화로운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데 현 정부는 오히려 한 술 더 뜬다”며 “자체 핵무장을 얘기하고 대북 확성기를 틀어서 우리가 얻는 실익은 없다. 국내 정치적인 목적이 있는 것”이라고 봤다.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정치의 수준이 국가의 수준’…중앙·지역 ‘새로운 도약’ 힘 보탤 것

30년간의 공직 생활을 마치고 보수세가 강한 평택에 출마해 21대 국회에 입성한 홍 의원은 정치 입문 계기에 대해 “여러 나라에서 외교관을 하면서 자연적으로 ‘정치의 수준이 국가 발전의 수준과 거의 비례한다’는 것을 느꼈다”며 “정치가 잘 돼야 국가가 잘되고 국민의 생활이 좀 더 나아진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의원 개인을 보면 과로할 정도로 일을 열심히 하고 국가 발전이나 민생을 조금 더 낫게 만들려는 의욕도 강한데 국민에게는 전혀 그렇게 안 비친다”며 “그 괴리가 왜 그렇게 큰지 들어와서 알게 됐다”고 말했다. 현행 선거제도와 정당정치 시스템이 국민보다는 공천권자의 눈치만 보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는 남은 임기 동안 선거제도 개혁에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한편 홍 의원은 지역에 대한 애정도 끊임없이 드러냈다. 취임 직후부터 쌍용차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한 그는 “새로운 주인을 만나 다시 기회가 생기도록 노력했는데 최근 좋은 결실을 얻었다”며 웃었다. 다만 그는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현재의 설비로는 곤란하다. 공장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며 “첨단 설비, 친환경 자동차 생산 방향으로 탈바꿈하면 쌍용차가 다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을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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