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진우 기자] 북한이 12일 장성택에 대해 사형을 선고하고 즉시 집행하면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으로 3대에 걸친 ‘숙청사’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또한 북한이 ‘장성택 일당’을 공적으로 규정한 만큼 당·정·군 권부의 어디까지 숙청작업이 이어질지도 관심사다.
◇김씨 3부자, 1인 지배체제 걸림돌 제거
북한이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에서 장성택에게 씌운 죄목은 ‘국가전복음모행위’다. 조선중앙통신은 13일 보도에서 “장성택이 적들과 사상적으로 동조해 우리 공화국의 인민주권을 뒤집을 목적으로 감행한 국가전복음모행위가 공화국형법 제60조에 해당하는 범죄를 구성한다는 것을 확증했다”고 밝혔다.
북한 김씨 세습체제는 지금까지 ‘반당 종파분자’, ‘수령의 명령 불복’ 등 죄목을 붙여 1인 지배체제에 걸림돌이 되는 인물들을 숙청하는 작업을 지속해 왔다. 김일성 주석은 1949년 6월 중국에서 활동했던 ‘연안파’ 중심의 조선신민당, 남로당 등을 통합해 조선노동당을 창설하고 당중앙위원회 위원장에 올랐다.
김 주석은 취약했던 지지기반이 확립하고 1인 지배체제를 공고화하기 위해 각 계파의 정적들을 제거해 나갔다. 김 주석은 6·25 남침 실패에 따른 정치적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1955년까지 박헌영·이승엽 등 남로당 계열 간부들을 ‘미제의 간첩’으로 몰아 처형했다.
김 주석은 1958년 3월 1차 당대표자회를 계기로 연안파와 소련파는 물론 오기섭 등 국내파까지 모조리 제거했다. 1960년대 들어 노동당 내 2인자였던 박금철과 리효순 등이 자기 세력을 확장하려다 종파분자로 몰려 1967년 숙청됐다. 1969년에는 김창봉 민족보위상, 허봉학 군 총정치국장 등 군부의 실세들이 처형됐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아버지의 길을 따라 1인 지배체제에 걸림돌이 되는 인물들을 잇따라 숙청시켰다.
1973년 9월 30대 초반의 나이에 노동당 조직 및 선전비서 겸 조직지도부장에 오른 김 위원장은 이복동생 김평일을 후계자로 옹립하려는 계모 김성애와 그 자녀를 ‘곁가지’로 규정하고 광범위한 숙청작업을 벌였다. 김 위원장은 김 주석의 사망 후 1997년 ‘심화조사건’이라는 대형 간첩단 사건을 조작, 대대적인 숙작업으로 단행하기도 했다.
◇장성택 핵심측근 숙청작업 불가피
북한이 지난 8일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장성택을 ‘반당반혁명종파분자’로 낙인찍은 지 나흘 만에 신속히 사형을 집행함에 따라 장성택 핵심측근들에 대한 추가 숙청작업이 광범위하게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 매체들은 최근 잇따라 장성택에 대한 비난 여론을 모으는데 주력하고, ‘장성택 일당’이라는 표현을 사용해가며 그의 측근들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을 예고해왔다.
특별군사재판 판결문을 보면, 장성택은 ‘부서와 산하기구’ ‘군대간부’ ‘청년사업부문’ 등을 동원해 반역을 획책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노동당과 내각, 군부에 있는 장성택 인맥을 솎아내는 숙청작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장성택이 핵심측근인 이용하 노동당 행정부 제1부부장과 장수길 부부장이 지난달 하순 공개처형된 것을 고려할 때 당 행정부를 비롯해 주요 간부들이 숙청 리스트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대남정책을 관장하는 통일전선부도 장성택이 인맥을 관리해온 것으로 알려져 대남 관계자들의 대거 숙청도 예상된다.
판결문에 “인맥관계에 있는 군대간부들을 이용하거나 측근들을 내몰아 수하에 장악된 무력으로 하려고 하였다”고 언급된 이상, 장성택과 인연이 깊은 군 간부급 장성들도 제거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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