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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곳곳에 심은 철학…기업가정신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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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기자I 2026.09.17 05: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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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옥에는 스토리가 있다]
현대차그룹 로비 '시민 광장' 재탄생
555m 롯데타워 '기업가 집념' 상징
위치·형태·높이부터 조형물까지
기업 역사·현재·미래 엿볼 수 있어

[이데일리 김정남 산업에디터] 사람은 건물을 짓고, 만들어진 공간은 다시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규정한다.

건물은 말이 없다. 그러나 사옥에는 그 기업이 걸어온 시간과 숨은 스토리가 촘촘히 녹아있다. 사옥은 단순한 부동산이나 물리적 구조물이 아니다. 한 기업의 정체성과 비전을 집약해 놓은 상징물이다.

터를 잡은 위치부터 건물의 형태와 높이, 외관을 감싼 재질 하나에 이르기까지 모든 결정에는 이유와 철학이 담겨 있다. 로비에 들어설 때 느껴지는 특유의 공기, 무심히 지나치는 조형물 하나, 심지어 경영진 집무실의 위치에 이르기까지 사옥의 모든 구석에는 기업의 궤적과 역사가 숨쉬고 있다. 거창한 경영 철학을 설명하지 않아도 공간이 먼저 기업을 웅변하고 있다. 국내 주요 그룹 총수를 수십년 보좌했던 한 고위임원은 “사옥은 한국 경제를 일으킨 산업사(史)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상징하는 곳”이라고 말한다.

국내 주요 기업의 사옥은 각 시대 기업이 중시한 가치와 경영철학을 건축과 공간에 담아왔다. 왼쪽부터 현대차그룹 양재사옥, 신세계 본점, LG트윈타워, 한화빌딩, 아모레퍼시픽 본사, 롯데월드타워. (사진=이영훈·방인권 기자)
국내 주요 기업의 사옥은 각 시대 기업이 중시한 가치와 경영철학을 건축과 공간에 담아왔다. 왼쪽부터 현대차그룹 양재사옥, 신세계 본점, LG트윈타워, 한화빌딩, 아모레퍼시픽 본사, 롯데월드타워. (사진=이영훈·방인권 기자)
삼성 승지원에서 주로 보고 받던 이건희 선대회장이 지난 2011년 4월 서초사옥에 처음 출근한 것은 ‘제2의 신경영’의 출발점이었다. 그 이후 서초사옥은 반도체·스마트폰 세계 1등의 기반을 다지는 무대가 됐다. 신격호 롯데 창업주가 “초고층 빌딩은 국가의 위상”이라며 30년 넘게 밀어붙인 ‘555m 수직도시’ 롯데타워는 한 기업가의 집념을 보여준다.

‘정의선 시대’ 현대차그룹의 사옥은 기업가정신 2.0에 대한 또 다른 질문을 던진다. 2년 가까이 양재사옥 리뉴얼을 맡은 글로벌 건축사무소 ‘스튜디오스 아키텍처’의 알렉산드라 빌레가스 산느 디자인 디렉터는 이데일리와 만나 “우리가 예상한 것 이상으로 공간이 사람들의 행동을 바꿔 놀랐다”며 “정의선 회장과 소통하면서 이 프로젝트가 회사의 문화적 전환을 촉진하는 일이라는 점을 이해했다”고 말한다. 한때 임직원들이 바쁘게 지나다니던 양재사옥 로비는 이제 고대 그리스 때 시민들이 만나 의견을 나누던 광장인 ‘아고라(agora)’로 바뀌었다.

이데일리는 공간이 전하는 침묵의 언어, 그 묵직한 행간을 읽어내려 한다. ‘사옥에는 스토리가 있다’ 기획 연재를 통해 공간의 결을 따라 주요 기업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행보를 조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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