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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간츠 대표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정부 승인을 받지 않은 무단 행동”이라며 불만을 표했다고 소식통이 전했다. 친(親)네타냐후 인사들도 간츠 대표를 ‘트로이 목마’에 빗대면서 “이스라엘의 이익에 반한다”고 거들었다.
이스라엘 정부 각료가 외국을 방문할 경우 정부로부터 사전에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간츠 대표의 미국 방문 계획을 지난 1일에서야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네타냐후 총리는 “총리는 한 명뿐”이라며 국정 최고 책임자인 자신을 무시한 행동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간츠 대표는 이스라엘군 국방장관 출신으로 네타나후 총리의 정적이다. 과거 네타냐후 총리와 연합정부를 구성한 적이 있긴 하지만 뜻이 맞지 않아 결별했다가,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전쟁 이후 정부를 지지한다는 의미에서 전시 내각에 합류했다.
그는 이날 미국에 도착했으며, 다음 날인 4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민주당 및 공화당 의원 등과 만날 예정이다. 그는 이 자리에서 가자지구 내 군사작전의 정당성을 설명하고, 하마스와의 인질 거래, 미국의 이스라엘 지원, 전략적 동맹 관계 강화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미 워싱턴 주재 이스라엘 대사관은 간츠 대표의 회의를 보이콧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타마르 벤-그리브 국가안보장관은 이날 네타냐후 총리에게 불복종을 이유로 간츠 대표를 해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간츠 대표의 미국 방문은 네타냐후 총리가 ‘두 국가 해법’, 가자지구 내 민간인 희생, 휴전 협상 등과 관련해 미국과 갈등을 빚는 가운데 이뤄져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외신들은 이스라엘 정부 및 정치권 내 균열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FT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에 대해 점점 더 좌절감을 느끼는 가운데 간츠 대표가 미국을 방문했다”면서 “바이든 행정부 일부 인사들은 간츠 대표와 함께 일하는 것을 선호하며, 이번 간츠 대표의 미국 방문을 두 국가 해법 등과 같은 주요 정책과 관련해 이스라엘 대중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간츠 대표에 대한 지지율이 네타냐후 총리를 앞서기 때문에 그의 의견이 이스라엘 국민들의 뜻을 더 많이 반영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달 IDI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간츠 대표에 대한 지지율은 23%,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지지율은 15%로 각각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