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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이데일리가 둘러본 이태원역 일대는 여전히 인적이 드물었다. 인근인 녹사평역에서 이태원역으로 향하는 대로변에는 종종 사람들이 눈에 띄었지만, 주말 오후임에도 카페, 식당 등에는 빈 자리가 적지 않았다. 참사 현장에도 여전히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참사 현장인 해밀톤호텔 옆 골목길의 벽은 시민들이 남긴 추모 메시지로 빼곡하게 덮여 있었다. 좁은 골목 양 옆에도 국화꽃과 사진, 간식거리 등이 가득 놓여 있었다. 지난달 29일 참사 발생 이후 2주일여만인 지난 11일에 폴리스라인이 해제돼 자유로운 출입이 가능해졌지만 여전히 현장엔 경찰 2명이 배치돼 있었다.
참사 이후 이태원 일대 상인들은 추모를 위해 영업을 중단했다. 한달여가 지나고 대로변 가게는 대부분 정상적으로 영업하고 있었지만, 현장 근처엔 문을 닫은 가게들도 적지 않았다. 아예 내부 수리를 진행하고 있는 가게도 눈에 띄었다. 문을 연 가게 역시 매출은 바닥을 쳤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태원 일대 소상공인의 매출은 참사 이전(10월 4째주)과 비교하면 11월 2째주에 최대 60% 이상 줄어들었다.
참사가 발생한 언덕 위에도 행인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아이들과 함께 골목에서 기도를 했다는 시민 A(52)씨는 “사고가 나고 한 달이 가까이 지났는데 아무 것도 밝혀진 것이 없지 않냐”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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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들의 어려움이 알려지면서, 추모를 겸해 이태원을 찾으려는 시민들도 나왔다. 이들은 이태원이 삶의 터전인 사람들도 있는 만큼 끔찍한 참사의 공간으로만 남아 있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방문을 통해 서로 아픔을 공유하고, 이태원을 기억하며 살아가고 싶다고 했다.
이태원 인근 보광동에서 대학을 다녔던 직장인 이모(29)씨는 지난 26일 친구들과 이태원을 찾았다. 이씨는 “주말 이태원 거리에 사람이 그렇게 없는 건 처음 봤다”며 “힘들어하는 상인들의 뉴스 사진을 보고 다녀오려고 마음 먹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태원은 개인적인 추억도 있기 때문에 단순히 ‘무서운 공간’으로 기억되길 바라지 않고, 앞으로도 일부러 종종 방문하려고 한다”고 했다. 다른 20대 직장인 B씨는 “코로나19 때 이태원에서 일하던 가게가 폐업해 크게 우울해서 한동한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며 “어려움을 겪어봤던 만큼 오히려 이태원을 방문해서 함께 하고 싶고, ‘잊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의미가 있다”고 이태원을 계속 찾겠다고 했다.
상인들도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태원에서 1년 반요 멕시코 음식점을 운영해온 C씨는 “국가애도기간인 지난 5일 이후에도 열흘 가까이 영업을 쉬었고, 영업을 시작했지만 손님들이 오지 않으면 많은 생각에 혼자 시달리곤 한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마음을 전달하고, 이 곳에서 삶을 꾸려가는 이들과 함께 하고 싶다”며 “찾아주는 이들이 있을 때마다 희망을 느끼고 힘을 받게 되는 만큼 이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C씨는 가게를 찾는 손님들과 이태원파출소 경찰 등에 직접 만든 타코 등을 전달하며 슬픔과 위로를 나누고 있다.
한편 서울시는 약 100억원 규모의 ‘이태원 상권 회복자금’을 운영할 예정이다. 이태원 일대에서 매장을 운영 중인 소상공인, 중소기업이 대상이다. 용산사랑상품권 등 지역 상품권 사용 활성화를 위한 사업비도 지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