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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정의기억연대 등 700여개 단체가 모인 아베규탄시민행동은 10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소녀상 앞에서 ‘아베규탄 4차 촛불문화제’를 개최하고 “아베 정부 규탄하고, 친일세력 몰아내자”고 주장했다.
◇청소년 1000인 “아베 규탄”...일본 시민 3000명도 참석 “韓日 연대”
이날 집회에는 아베 정부의 경제보복을 규탄하는 청소년 1000인의 선언이 있었다. 특성화고 3학년 박지수 양은 “아베 정부가 시작한 경제전쟁 때문에 불매운동이 일어나자 청소년들 역시도 자신이 쓰는 일본산 필기구 버리고 각자의 위치에서 불매에 참여했다”며 “나아가 아베를 규탄하는 1000인의 선언을 받았다. 우리는 오늘을 시작으로 일본이 제대로 사죄할 때까지 행동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집회에는 반(反) 아베 시위에 동참하는 일본인도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3000명 일본인의 동의 서명을 들고 일본 오사카에서 온 일한민중연대 전국네트워크의 오카모토 아사야씨도 발언을 이어갔다. 오카모토씨는 “일본 아베 정부는 일본 국민에게 한국 징용공·위안부 문제는 이미 해결됐다고 주장하고 있고, 많은 일본인들이 이 말을 믿는다”며 “우리는 이런 상황에 대항하기 위해 일본 정부가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를 한 직후인 지난 4일 성명을 낸 지 일주일 만에 일본시민 3000명의 동참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이 결과에 놀라 우리의 목소리를 내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더욱더 느끼고 있다”며 “일본 시민도 계속해서 일본 정부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성하는 일본 시민사회와는 연대하고 친일세력을 규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반민특위 기초위원장을 지냈던 김웅진 제헌의원의 딸 김옥자씨는 “우리는 아베를 규탄하는 것이지 일본국민을 규탄하는 게 아니다. 이웃한 좋은 나라가 되길 희망한다”며 “일본 국민이 아닌 친일세력을 몰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베 정부를 상대로 승리한 경험을 아이들에게 남겨주고자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도 있었다. 경기도 의정부에서 아들, 딸, 아내와 함께 온 조화명(40)씨는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 이후 소소한 취미인 건담 조립을 그만뒀고 아내는 친구들과의 일본여행을 취소했다”며 “아이들에게 아베 정부와 싸워서 이겼다는 기억을 남겨주고 싶다”고 집회에 온가족이 참여한 이유를 밝혔다.
서울 영등포에서 온 이주희(41)씨는 네 살배기 딸 서윤양을 데리고 “전국민적인 일본 불매 운동에 동참하고 싶어서 두 번째로 오게 됐다”며 “아이 옷이나 맥주를 살 때 웬만해서는 일본산이 아닌 물건을 고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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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집회에서는 ‘우리 일본’ 발언 논란을 일으킨 자유한국당에 대한 규탄 목소리도 나왔다.
이들은 “온 국민이 독립운동은 못했어도 일본 불매운동은 하겠다고 들고 일어나는 와중에 ‘우리 일본’이라고 말한 국회의원이 있다”며 “그러면서 ‘나경원은 나베’라고 댓글을 단 170명을 고소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이들은 일부 보수언론이 ‘일본 불매 신중론’을 펼친다고 지적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일부 언론이 강제동원 관련 배상 판결을 부정하고 사실상 무효화하려 하고 있다”며 “역사 문제를 가지고 경제 보복을 하는 아베를 믿지 못하니 지소미아 파기하라는 주장에, ‘신중한 대응’을 운운하는 등 국적을 의심케 하는 주장을 받아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들은 오후 8시 일본대사관 앞에서 아베 규탄 집회를 마친 후 광화문 조선일보사 앞까지 행진했다. 시위대는 ‘자유한국당 안뽑아요’ ‘조선일보 안봐요’ 등 구호를 외치며 행진을 이어갔다.
서울 풍납동에서 온 이연희(60)씨는 “일본이 사과하지 않고 적반하장으로 경제보복을 하는데 ‘일본은 이길 수 없으니 가만 있어야 한다’는 식으로 말하는 나경원 의원의 발언을 듣고 분통이 터져서 나오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