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E(Play to earn·돈 버는 게임)는 블록체인 기술과 게임이 결합한 융합 모델인데, ‘김남국 사태’ 하나로 모든 것을 ‘악의 축’으로 모는 건 과도하다. 가뜩이나 지난해부터 블록체인 시장이 주춤했었는데 이번 사태로 사형선고를 받게 된 셈이어서 우려가 크다.”(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코인 사태’가 가상자산 시장은 물론, 블록체인 게임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산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사태 이후 블록체인 게임시장 전반이 사실상 괴멸될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게임 분야 전문가들은 어떻게 이번 사안을 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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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홍 한국게임정책학회장(숭실대 교수)은 14일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산업적으로 보면 P2E는 메타버스 경제의 핵심인 블록체인 기술 융합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또 최근 확률형 아이템 법제화 등 규제 강화 시점에서 게임사들의 새로운 비즈니스모델(BM)로 떠오르고 있었는데, ‘김남국 사태’에 휘말리면서 흐름이 꺾이게 됐다”고 말했다.
P2E는 게임을 하면서 게임머니(게임 속 재화)를 현금화할 수 있는 방식을 뜻하는데, 대부분 이 과정에서 가상자산(코인)이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김남국 의원이 거액의 코인을 보유·매매하는 과정에서 P2E 업계까지 여파가 확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학회장은 “현재 P2E는 국내 게임법상 사행성을 이유로 불법으로 간주돼 모두 해외에서만 서비스한다. 그간 업계에선 윤석열 정부의 P2E 제도 개선에 기대를 걸어왔다”며 “하지만 이번 정치 이슈로 일말의 기대조차 사라지게 됐고, 현재로선 산업계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다. 특히 P2E 사업을 하는 게임사들 중 잘 알려진 곳은 위메이드, 넷마블 등 대형 업체들이 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중소 게임사들의 P2E게임도 많이 있다. 이들이 도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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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태 동양대 교수도 정치적 사안을 산업계까지 확산시키는 건 여러모로 손실이 크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과거 삼성전자 개발자 출신으로 국내에서 게임 개발인력 양성에 적극 나서고 있는 인물이다.
김 교수는 “P2E는 어찌보면 블록체인이란 기술을 일반인들 입장에서 가장 받아들이기 쉬운 구조로 만든 시스템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며 “마치 인공지능(AI) 기술이 챗GPT 같은 편리한 서비스로 나와 파급효과를 키우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언급했다.
이어 “현재 상황이라면 사업을 아예 포기해버리는 중소 게임사들이 많을 것”이라며 “가뜩이나 지난해 가상자산 시장 전반이 주춤했었는데 이제는 괴멸상태까지 도달한 것 같다. ‘김남국 사태’는 일종의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큰 사건”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P2E 자체에 문제가 있다면 정책적으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김남국 사태’와 관련이 있다고 무조건 산업을 터부시하지 말고,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관리하면 된다는 얘기다.
그는 “관리가 필요하다면 규제를 적용하면 되는데, 지금처럼 모든 것을 막아버리면 블록체인 관련 기술 발전이 더 늦어질 수 밖에 없다”며 “향후 챗GPT 처럼 대세가 될 경우, 우리만 뒤따라가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P2E는 게임 논리 이외에도 웹3,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에도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김 교수는 일부 게임사들이 정책적 기반이 없는 상황에서 너무 과도하게 P2E 사업 속도를 끌어올린 것도 아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실 P2E 관련 가이드라인도 없는 상태에서 일부 게임사들의 경우 너무 일찍부터 속도를 올린 점도 문제는 있다”며 “이 과정에서 코인 대량 소각, 유통량 논란 등의 문제가 불거졌었다. 게임사들도 (정책 등과) 발을 일부 맞춰갈 필요는 있다”고 했다.